매일신문

기자노트-상의회장의 '골프 투자'

"골프에만 투자하는 이유는?"대구상공회의소 노희찬 회장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지역 경제현실과는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기는 바닥인데도 대구 경제계의 수장이랄 수 있는 노 회장은 '골프 활성화'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노 회장은 19~22일 제주도에서 상공의원 29명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대한상의 주최 최고경영자대학강좌를 수강할 계획이다. 오전 강의를 듣고 오후엔 골프나 관광 등으로 보내는 프로그램인데 골프예약이 두차례 돼 있다고 한다.

포인트는 노 회장이 골프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목이다. 대외적으론 개별부담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골프에 투자한다는 지적의 근거는 또 있다. 대구상의내 골프모임으로 상지회라는 게 있는데 노 회장은 최근 여기에 1억원을 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월례 골프모임을 푸근하게 갖자는 취지라고 한다. 상지회 골프모임은 노 회장 취임 이전에는 한동안 뜸했다는 게 한 상공의원의 귀띔이다.

골프투자 세번째는 지난주 노 회장이 '특별섭외사업비'로 1억3천만원을 내놓기로 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특별섭외사업비란 만찬이나 골프회동 같은 대외행사를 주선할 때 사용하는 경비다. 과거엔 행사때마다 회장단이 얼마씩 분담했는데 이번에 아예 일정액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섬유업을 비롯해 전 업종이 심각한 내수 및 수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경제현실이다.

대구상의는 또 어떤가.

수입경감으로 인한 예산부족과 인력감축으로 지역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나 대안제시는 꿈도 못 꾸고 있다.

경제연구센터를 따로 설립해 활발히 운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언감생심이고, 교수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해 매년 서너건씩 비중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던 10여년 시절도 옛날얘기가 됐다.

대내적으론 2003년 상의 임의가입제가 실시되면 직원 절반은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무국을 누르고 있다.

골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 회장이 주력해야 하는 순위에서 골프는 우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골프에 들이는 거액이 연구조사비로 선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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