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이육사 '청포도'
이 시는 첫 연이 너무 좋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는 구절을 입안에 넣고 조용히 읊조리면 마치 입 안에 청포도의 신맛이 고이는 것 같이 아름답다.
시인 신석초가 이 시를 조국 광복과 결부지어 설명한 후 교과서에서는 그렇게 굳어졌다. 그러나 시 자체만으로도 서정적이며 아름답다.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라는 구절보다 포도 송이를 멋있게 묘사한 시를 아직 보지 못했다. 7월이면 정말 우리 고장에서는 청포도가 익어간다.
김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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