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유성염직
"어렵다고 움츠러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길이 막혔다면 뚫어야죠"
김동선(65) 유성염직(대구시 서구 평리5동) 대표는 '남들 좇아 가는 길'을 싫어한다. 항상 한발 앞서야만 어떤 난관에 부대끼더라도 헤쳐나갈 자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김 대표의 '앞선 경영'은 지난 60년대 삼호방직(시험실 10년 근무)을 시작으로 동국화섬 생산부장, 이화염직 공장장, 우신염직 기술상무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성염직은 최근 섬유업계 최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염색기와 시험실 설비투자에 한창이다.
기존 240kg(7대) 및 150kg(1대)짜리 염색기외에 지난 1일 50kg짜리 1대를 설치한데 이어 이달말까지 100kg과 30kg짜리 염색기와 축소기 등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시험실 공간도 2배로 늘려 자동염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인력도 2명 보강했다. 업계에서 수년간 말로만 외치고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본격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약 4억원을 투입, 이른바 염색의 '시(샘플)가공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신 실험장비와 파일럿 염색시설을 도입해 어떤 샘플 주문물량도 소화해 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처리에서부터 염색, 가공, 검사까지 일괄 공정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시제품 주문을 받으면 검사보고서 등 관련 제품의 데이터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직물업계가 중국 등지의 저가 대량공세에 맞서 향후 소량 다품종, 고부가가치 직물생산을 위한 샘플제직 시스템을 잇따라 갖출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염색도 이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79년 창립한 유성염직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과감한 설비투자를 벌여왔다. 섬유업계의 변화추세에 맞춰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빌린 시설자금을 염색기 교체와 자동화 설비도입에 투입한 것이다. 유성염직은 당시 이 자금이 10년 이상된 노후설비의 교체를 위해서만 지원된다는 사실을 모른채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설비를 바꿨다가 벌금 800만원을 물기도 했다.
이같은 설비투자와 품질혁신으로 지난 96년 8월 섬유업계 최초로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ISO 9002' 인증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청 지정 '기술경쟁력 우수기업', 지난 1월 대구경북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 지정 '수출유망중소기업' 등 네임밸류가 유성염직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공장부지 700평의 허름한 3층건물에서 김 대표와 근로자 58명은 오늘도 '한발짝 앞서' 달리며 불황의 파고를 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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