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폭우가 내린다면?

지난 15일 시간당 100mm의 기습폭우가 서울 등 중부지역을 휩쓸면서 5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하천범람으로 도로 침수는 물론 하수관이 역류, 시가지가 온통 물바다가 됐고 지하철마저 운행중단 사태를 빚었다. 또 가로등과 신호등의 누전으로 10여명이 감전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간당 100mm의 기습폭우가 내린다면 대구는 과연 안전할까? 일단 대구시는 큰 문제가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호선이 건설중인 지하철의 경우 아직 환승역이 없고 대형건물과 연결된 지점이 없어 지하철 침수사태가 없을 것이라는 것.

또 감전사 우려가 있는 가로등도 전체 3만5천여 곳 중 99%에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감전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통계와 지역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같은 기록적 폭우가 지역에 내릴확률은 거의 없다"며 "하수관도 시간당 45~55mm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최근 20년간 시간당 최고 강우량는 지난 88년 기록한 56.5mm다.

하지만 이같은 대구시의 '희망섞인 기대'처럼 대구지역이 기습폭우에 안전한 것만은 아니라고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서울처럼 지하철 출입구의 턱이 30cm밖에 되지않는데다 지상에 설치된 환기통도 인도보다 20cm밖에 높지않아 폭우가 내릴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또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이 침수될 경우 연결통로를 통해 지하철 1호선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강 인근 저지대인 동촌 및 반야월도 강물이 불어나 하수관을 역류, 침수될 수 있다는 것.

대구시내 하수시설도 시간당 간선도로 최고 55mm, 소방도로는 45mm까지 빗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100mm 폭우에는 무방비인데다 굵은 하수본관에서 처리량이 적은 하수지관으로 물이 흐를 경우 병목현상으로 역류, 도심이 물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폭우에 밀려든 흙, 비닐 등 찌꺼기가 하수관을 막거나 금호강, 낙동강 등이 범람할 경우에도 강물이 하수도관을 타고 역류, 대구시내가 물에 잠길 수도 있어 방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가로등도 대부분 안정기가 지상 50cm 지점에 설치돼 있는데다 신천동안도로, 북대구IC 및 북구 종합유통단지 등 일부 지역에는 안정기가 바닥에 설치돼 있는 곳도 있어 누전차단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감전사고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시는 등당 6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안정기 높이조절을 고려하지 않는 형편이다. 김경민 대구시민안전기금 사무국장은 "수도권의 이번 비 피해도 결국 당국의 늑장대응과 부실한 배수관리 등이 빚은 인재(人災)였다"며 "대구시도 만약의 사태에 대한 준비를 갖추는 등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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