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운용시대 저물고 있다

"사마란치의 조직적인 봉쇄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제8대 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성원해 주신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거에서 사마란치가 어떻게 방해했는가.

▲사마란치는 어제 오늘 사이 내쪽으로 기울었던 IOC 위원들을 차례로 불러 회유했다. 종신 명예위원장이 된 사마란치는 퇴임후에도 IOC를 장악하기 위해 로게를 밀었다.

-사마란치가 퇴임 후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

▲사마란치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을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으로 개칭하고 기금까지 마련했다. 또 명예 위원장이지만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이고 로게 뒤에서 수렴청정할 것이 분명하다.

-베이징의 2008년 올림픽 유치가 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는가

▲베이징의 영향도 컸다. 특히 구라파 위원들은 '아시아에 두 개를 다 줄 수 없다는 여론을 퍼뜨리면서 나를 깎아내리는데 적극 활용했다.

-이제 평위원이 됐는데 6개월 뒤 총회에서 부위원장에 출마할 계획이 있는가.

▲조만간 귀국하겠지만 당분간 푹 쉴 생각이다. 앞으로는 평위원 신분이지만 IOC 내부에는 아직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내 힘이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지난 30년간 한국체육계를 대표하며 세게 올림픽무대에서 거물인사로 군림해 온 김운용(70) 대한체육회장은 IOC 위원장 선거에서의 낙선으로 향후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지난 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후 86년 1OC위원으로 선출돼 국제무대로 영역을 넓혔다. 93년에는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에 올라 국내 스포츠계를 총괄해 왔다.

현재 김운용 회장이 이끌고 있는 주요 스포츠 관련 직책은 모두 6개.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IOC 집행위원, 국제경기단체총연합회(GAISF) 회장, 2002년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장 등 굵직 굵직한 자리를 맡고 있다. 또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계에서의 자신의 운명을 건다는 각오로 출마했던 이번 IOC 위원장선거에서의 패배는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김 회장의 아성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김 회장은 이번 IOC 총회를 끝으로 집행위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평의원으로 떨어져 IOC핵심에서 밀려나게 됐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21년동안 국제올림픽을 이끌었으며 앞으로도 일정한 지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마란치 전 위원장에게 반기를 든 만큼 그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IOC 위원장에 오른 로게와 추종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난 15년간 IOC에서 사마란치 위원장과 손발을 맞춰 활동하면서 부위원장, 집행위원, 라디오.TV 분과위원장, 92.96올림픽 조정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김 회장이 앞으로도 이같은 중책을 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국내에서도 도전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국제적인 역량을 배경으로 지난 93년 체육회장에 오른 김 회장은 97년과 올 초 만장일치로 재신임됐으나 체육계 내부에는 그의 '장기집권'을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반대세력도 적지않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김 회장이 앞으로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는데 더욱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면서 "명예로운 은퇴도 진지하게 염두에 둬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IOC위원과 대한체육회장,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스포츠의 3대 포스트를 독차지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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