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IOC 위원장 자크 로게(벨기에.59) 는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한 '올림피언'이자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유럽스포츠계의 최고 실력자이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늦은 91년 IOC 위원에 선출됐지만 의사란 깨끗한 이미지와 탁월한 리더십을앞세워 IOC 입문 10년만에 지구촌 올림픽 운동을 이끌 IOC의 수장에 올랐다.
벨기에 요트대표선수로 3회(68-72-76년)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세계요트선수권에서 통산 금1, 은 2개를 따냈고 국내선수권에선 1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럭비국가대표로도 활약한 만능 스포츠맨.
89년 벨기에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그해 유럽국가올림픽연합회(EOC) 회장과 IOC 위원을 거치며 사마란치의 뒤를 이을 후계 반열에 올라섰다.
직업 때문에 IOC 의무분과위원회에서 약물퇴치 운동에 앞장서 온 로게는 업무능력도 인정받아 지난해 시드니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98년 솔트레이크시티 뇌물스캔들 때 IOC 개혁을 주도해 '미스터 클린(Mr.Clean)'이란 애칭을 얻었고 이러한 참신한 이미지가 이번 IOC 위원장 선거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올림픽운동에 대한 그의 신념은 의사답게 스포츠의 인간성 회복을 중시하고 있다.
로게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최근 올림픽이 지나치게 상업화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로게는 총 35개에 이르는 올림픽 경기종목을 축소시켜 참여인원을 대폭 줄이고 올림픽개최에 따른 비용도 대폭 감소시켜 올림픽을 순수한 스포츠 이념으로 되살려 세계 평화증대와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로게의 이같은 방침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퇴출위기에 놓인 국제경기단체들과 20세기 후반 거대화, 상업화의 물결속에 향응과 사치문화에 익숙한 IOC 관게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추측이다.
사마란치의 후광으로 올림픽 수장 자리에 올랐으나 5개 대륙으로부터 보편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로게가 과연 상업주의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올림픽을 자신의 소신대로 소규모, 저비용의 순수한 아마추어축제로 되돌릴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미국의 AP통신은 김운용 후보의 패인으로 베이징의 2008년 올림픽유치 및 막판에 터진 'IOC위원들에 대한 5만달러 지원설'을 지적했다.
AP통신은 자크 로게의 당선이 확정되자 "김 회장의 당선 가능성은 IOC위원들에게 재정지원을 공언했다는 혐의로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 날아가 버렸다"고 타전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유치를 둘러싸고 수뢰혐의를 받은 전력이 있는 김후보가 다시 한번 금전적인 문제에 연루돼 막판 윤리위원회의 조사까지 받게 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는 지적.
AP통신은 이와 함께 "결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힌 적이 없으며 단지 자국에서 IOC위원으로 활동하기에 충분한 비용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을 뿐"이라며 "타 후보들이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이라는 김후보의 해명도 실었다.
○...제8대 IOC위원장 선거 결과가 발표된 모스크바 시내 컬럼홀에는 국내의 정치, 경제, 체육계 유명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건희 IOC위원을 비롯해 권노갑 민주당 전 최고위원,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최재승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황학수 민주당 전 의원 등 여권 실세들은 컬럼홀에서 김운용 회장의 당선 결과를 고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마란치 위원장이 자크 로게의 승리를 선언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권 전 최고위원 등은 침통한 표정으로 홀을 빠져나갔고 일부 인사들은 사마란치를 비롯한IOC 관계자들이 선거기간 보여준 편파적인 모습에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김회장의 패배 소식에 국내 스포츠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국내 체육인들은 김 회장이 여러가지로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백인들이 주도하는 국제스포츠계에서 IOC 위원장에 출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는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출마해 나름대로의 역량을 동원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 "IOC가 유럽인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현실을 감안할 때 출마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장창선 태릉선수촌장은 "객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인종차별의 벽에다 사마란치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이 김 회장을 낙선으로 내몰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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