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큼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또 있을까. '나는 왜 얼굴이 크지…. 좀 코가 높고 턱이 뾰족했으면…. 탤런트 누구 얼굴을 닮았으면…' 누구나 자신의 외모에 대해 조금씩 고민을 하는게 보통이다. 사회적으로도 얼굴표피 몇cm의 굴곡차로 인격과 지위까지 결정(?)되고 있는 현실을 자주 본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각광을 받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시대에 따라 잘생긴 사람의 기준은 늘 바뀌어왔다. 전국시대에는 서시(西施)처럼 마르고 병약한 여자가 미인이었다면, 당나라 시절에는 양귀비(楊貴妃)처럼 다소 비만인 듯한 여자가 미인의 전형으로 꼽혔다.
서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몸이 비개덩어리으로 둘러싸인 건장한 여자가 '미인'이었던 때가 있었고, 가슴과 히프가 크고 허리가 잘룩한 여자가 시선을 끌기도 했고, 요즘처럼 뼈만 앙상한 미인이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얼굴의 역사(니콜 아브릴 지음, 강주현 옮김, 작가정신 펴냄)는 얼굴을 테마로 2천500년간에 걸친 문화와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과연 참다운 '얼굴'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최초로 기원전 2천600년전부터 2천200년 사이에 신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조각 '가부좌의 서생'이 등장한다. 기원전 13세기에 제작된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은 미묘한 입매무새, 가냘픈 목선, 뾰족한 턱 등 위엄과 온화함을 갖춘 이집트 미인의 전형이었다.
짙은 화장과 다이어트로 영원한 젊음을 추구했던 로마 여성들은 벌써 화장술을 얼굴의 보호가 아닌 은폐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신의 얼굴만을 중시해왔던 중세 시대가 지나고, 르네상스가 왔을때 농밀한 몸매의 여인이 작가들의 각광을 받았다. 예술의 개화와 함께 얼굴의 개성시대도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19세기말 사진기술의 도입은 미의 기준을 급격히 뒤흔들어 놓았다. 단지 보기 좋은 얼굴보다는 '사진발'을 잘받는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이 된 것이다. 20세기 들어 멋진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와 TV는 여성들에게 성형수술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고, 결국 개개인의 개성을 앗아버리게 했다. 저자는 "성형수술로 순수함이 상실된 현대의 획일화된 얼굴은 결국 여성들에게 인간의 참된 의미는 물론,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야기하는 원인"이라면서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꿀 것"을 주문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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