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호철씨 '학대받는 아이들'

'나는 정말 아빠가 그럴 줄은 몰랐다. 섭섭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자꾸자꾸 나왔다','어른들은 타이르기 보다 매로만 해결하려고 한다', '부모님은 내게 협박을 한다. 성적이 나쁘면 아들·딸 안한다고…',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구박만 받고 사는데.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 못할 것이다'.

아이들은 참으로 고달프게 살아간다. 내 집에서 내 부모한테도 이토록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 그래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까마득히 모른다. 아이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내 아이를 학대하다니…, 그건 TV에서나 가끔 나오는 특수한 경우이지. 나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또 어디 있다고…'. 대다수 부모들의 생각은 그렇다.

초등학교(경북 청도 문명분교) 교사인 이호철(51)씨가 쓴 '학대받는 아이들'(도서출판 보리)을 읽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상처입은 아이들의 가슴에서 끌어낸 목소리가 살아있고, 어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는 이성을 잃고 감정에 치우치는 순간에 저지른 학대의 사례를 낱낱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아이들에게 어떻게 무슨 짓을 저질러 왔고, 어른으로서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나 무의식 중에 보인 행동이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어린 가슴에 옹이로 남을 해묵은 상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곧 여름방학이다. '모자라는 과목을 보충해야 하는데, 과외선생은 누가 좋을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학대받는 아이들'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책속에는 내아이가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울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들도 읽어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아픈 마음과 상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응어리지고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데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없다"고 한다. 입은 상처가 속으로 곪지 않게 겉으로 드러내어서 독을 풀어주는 일부터 먼저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대받은 일을 밖으로 내쏟다 보면 자연스럽게 응어리가 풀리고 상처가 치유되기 때문이다.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장은 그런 저자를 아이들의 내상(內傷)을 스스로 드러내게 해 고쳐주는 '치료의 마술사'로 부르기도 한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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