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미공단에서 전자.반도체.화섬업계 등 거의 전업종이 수출차질로 재고를 감당치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기존 창고는 포화상태를 맞은지 오래고 이제는 주차장 등 가릴곳 없이 재고품이 꽉꽉 들어찼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지난 한달동안(6월) 구미공단에서 모두 9억8천230만달러어치를 수출, 지난해 이맘때(10억3천121만달러)보다 무려 5%나 수출물량이 감소했다.
특히 올 상반기(1~6월) 수출액이 56억6천33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2억3천575달러)에 비해서도 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수입액도 29억6천878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7억4천600만달러)때보다 21%나 줄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경기침체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업단지공단에서는 7월 현재 평균 가동률을 81%선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의 공단 관계자들은 공장 가동률이 다소「부풀려졌다」,「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내던지고 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구미공단은 설립이후 매년 20%씩 성장해와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러져왔다. 하지만 지금 사정은 IMF사태 때보다 더 나빠졌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가동률이 85%를 넘었었다』고 말했다.
전체 537개 입주업체중 468개사가 그냥 앉아저 죽지못해 근근히 공장가동에 나서고 있을뿐 나머지 69개 업체의 기계소리가 멈췄다. 이 가운데 25개사가 2~3년전부터 부도가 나 휴.폐업해 공장설비가 흉물로 남아 있다.
구미공단 전체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각종 전자제품의 경우 올 상반기 46억990만달러를 수출, 지난해 상반기 51억2천489만달러에 비해 수출액이 무려 1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휴대폰을 제외 하고는 LCD.TV.브라운관.모니터.반도체 등 전품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가격이 1달러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고, 여타제품은 대만 등 경쟁국과의 수출전쟁에서 떠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심원한 부장은『휴대폰도 자사 소화물량과 중국 등 일부 해외지역의 특수에 기인할 뿐 전반적인 휴대폰 업계의 장기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여기다 전자와 쌍벽을 이뤄왔던 화섬업계는 전자쪽에 비해 사정이 더 나빠 우울하기만 하다. 새한(워크아웃), 금강화섬(화의신청), 동국(워크아웃), 대하합섬(법정관리) 대형 화섬업체들이 줄줄이 나 뒹굴어져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최정권 과장은『업체간의 출혈경쟁으로 시설과잉투자, 채산성 하락, 공급과잉 등으로 동반몰락 사태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중 지난해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브라운관 유리제조 업체인 한국전기초자. 올들어서는 수출과 내수가격 하락행진 속에 최근 대주주인 일본 아사히 글라스사와 감산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 끝에 이 회사 대표가 물러났다.
한국전기초자 총무팀 이세무씨는『지난해 보다 브라운관 가격이 약10% 가량 하락한데다 판매부진까지 겹쳐 현재 950여만개가 재고로 쌓여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동종업체인 삼성코닝과 오리온전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공장 곳곳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가동일수와 일부 생산라인을 줄이고 있다.
이가운데 유독 LG전선 광케이블 부문만이 외롭게 선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수출액이 1천250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80% 증가했다. 죽을 쑤고 있는 같은 계열사 LG전자와는 영 대조적이다.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는 구미공단. 어느곳 하나 성한 업체가 없을 정도로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속에 근로자들이 휴가를 떠난 공단에는 더욱 적막감이 몰려올 것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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