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정세 미묘한 국면

미국이 지난 14일 요격 미사일 실험을 성공시킨 데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16일 맺은 친선.우호협력조약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을 비판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이를 둘러싸고 미묘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조약에 서명한뒤 전세계적인 전략적 균형과 안정을 위해 상호 노력키로 하는 한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등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이 약 1억달러를 투입한 지난 14일의 실험에서 가상 핵탄두를 탑재한 개량형 미니트맨 미사일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발사한 후 7천725㎞ 떨어진 마셜군도 과잘레인 산호섬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 명중시킨 점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16일 중.러 간의 새 우호조약이 미국에 특별한 위협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시 행정부는 MD계획을 강행할 작정이며 새로운 기술의 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지난 72년 러시아와체결한 ABM 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MD 추진과 중.러의 반대입장 표명이 동북아 역학구도 재편에서 갖는 의미에 주목하면서도, 특히 그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온 북한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서 소극적 입장을 일관해온 북한이 미국의 요격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안보상의 위협을 더욱 체득할 경우 한.미와의 관계개선보다는 중.러와의 전략적 제휴에 중점을 둠으로써 결국 한반도의 화해.협력구도 지속에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대북대화 재개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같은달 13일 뉴욕에서 리형철(李亨哲)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표를 통해 대화제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넘게 북한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한반도 주변의 대립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외교 분석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복잡한 한반도 주변정세 속에서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있어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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