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요즘 대학생들에겐 전쟁을 방불케 한다.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4학년 뿐만 아니라 갓 입학한 새내기들까지 외국어 공부나 각종 자격증 따기 대열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그들만의 '낭만'은 옛날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지방 대학생들의 '서울 어학연수'가 성행하고, 취업과 직결되는 토익·토플반이 뜨고 있다. IT(정보기술) 분야나 금융 관련 자격증 따기에 혈안이 되는가 하면, 한시적인 '여름 직장'을 찾아 나서는 대학생들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 못지 않게 부정적인 점도 적지 않다. 열심히 공부하거나 방학 동안 학비 마련을 위해 건전한 일자리를 찾아 고전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적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손쉽게 큰 돈을 벌기 위해 학생 신분을 훌쩍 뛰어넘어 '무차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하는 '케세라(될대로 되라) 풍조'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대학 사회에서 학비 마련과 용돈 조달의 한 방법이었던 아르바이트가 IMF 체제 이후 변질되기 시작, '학습과외 국한'은 옛말이 돼 버렸지만 '무차별' 아르바이트는 아무리 봐도 문제다. 빚 독촉 해결사,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꾼, 몰카(몰래 카메라)바이트, 계절학기 대리출석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심지어 성인방송에 신체까지 노출하는 여대생 IJ(인터넷 자키)가 등장하는가 하면, 술집에 호스티스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으므로 빚 독촉이나 각종 감시 아르바이트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하지만 유흥업소에서 단골손님을 만들거나 팁을 많이 받기 위해 학생증까지 보여줘 가며 호스티스 노릇을 하고, 신체를 노출하면서까지 성인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런 학생의 대부분이 등록금 마련보다는 유흥비 장만이나 옷·액세사리 등을 사기 위해서라니 기가 막힌다.
◈어느 고고학자가 기원전의 유적에 쓰여진 글을 판독해 보았더니 '요즘 젊은이들의 한심함'을 개탄하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대간의 갈등은 그 뿌리가 너무나 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아무튼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우려는 단순히 세대간의 갈등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누가 우리 대학생들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가. 1차적인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겠지만 가정과 사회, 학교가 함께 반성할 문제가 아닐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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