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금강송 군락지 입산통제중 대량 훼손

소나무중 '지존'으로 통하는 울진 금강송 지대가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다.19일 오후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 일명 냉수동 야산.

수곡리에서 임도로 약 5km 떨어진 이 곳에는 밑둥만 남기고 잘려져 나간 소나무와 뿌리채 뽑혀 말라 죽어가는 금강송 낙엽송 등 1천여 그루의 '나무 무덤군'을 이루고 있었다.

주민 장모(50. 울진군 근남면)씨는 "지난 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조경업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장비를 동원해 소나무를 채취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입산 통제기간이어서 설마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캐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계곡을 따라 폭 2∼3m의 길이 새로 나 있고 길 양옆에는 가지가 잘리거나 뿌리가 뽑힌 수백그루의 나무가 나뒹굴고 있었다. 울진군청 등 관계당국은 피해면적이 3천㎡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계곡도 뭉개지는 등 길이 나면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100여m의 계곡을 지나 있는 늪지에는 굴취목 운반 장비들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베어낸 나무들과 폐타이어들이 곳곳에 깔려 있었다.

30여년전 조림한 낙엽송 수십 그루도 아무렇게나 베어져 있고 심지어 이들 나무를 이용해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훼손 정도는 심했다.

지름 20∼30cm가 넘는 소나무들이 곳곳에서 잘려 나갔고, 산 반대편을 돌아 내려와도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내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산 정상 부근의 여양 진씨 문중에서도 큰 피해를 입어 "문중에서 최근 이문제를 논의한 끝에 경찰에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 산림 남발로 송이 피해도 극심할 것으로 우려됐다.

남모(62)씨는 "송이는 소나무 뿌리로부터 탄수화물을 받아 포자가 발아하는데 그 밭이 죽어 버렸으니 올 송이 농사는 끝장난 셈"이라며 "3, 4월에 주민들이 소나무 불법 채취 사실을 신고했는데 그 동안 행정기관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원망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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