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원전 온배수, 어업 치명타 논란

울진원전 온배수 문제가 다시 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가동 중인 4기가 초당 230여t이나 배출 중인 가운데 5, 6호기가 건설되면 그 양이 340여t에 이를 것이기 때문.

그렇게 되면 지역 어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원전측은 "피해 저감 시설을 하면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온배수가 무엇인가 = 원전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냉각수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바닷물은 7, 8℃나 온도가 상승하며, 원전은 이를 다시 바다로 내 보낸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14기가 모두 마찬가지.

울진에는 가동 중인 원전 4기가 초당 230여t의 온배수를 바다로 내 보내고 있다. 여기다 2기가 더 완공되면 배출량은 초당 340여t으로 늘 전망. 이 양은 생각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다. 종일 바다로 나가는 온배수 양이 하루 3천만t에 육박하는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하루 쓰는 수도물 양이 생활용수 96만t, 공업용수 16만8천t 등 113만t 정도에 불과하고, 지하수까지 합쳐 배출되는 하수량이래야 140만t이 안되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양의 따뜻한 물이 바다로 방출될 때 생기는 영향. 바다에서 고기가 도망 가고, 바닷물을 끌어 올려 쓰는 육상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는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원전 가동 초기인 1980년대 초반부터 이 문제로 어민들이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 시비는 원전 건설 반대, 피해 보상 요구 등으로 이어져 왔다. 고리.영광.월성 원전 주변도 마찬가지.

◇어떤 피해가 생길까 = 가동 중인 원전 4기의 온배수 피해 영향 범위가 북으로는 북면 고포, 남으로는 울진의 죽진.현내.공세 등 항구까지 13km에 이른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2기가 더 가동되면 오산항까지 영향을 받아 양식어업은 물론 연안 어선어업 조차 불가능해진다는 주장.

양식업을 하는 최대성씨는 "원전 주변 어류를 10여년간 조사한 한 교수가 '1987년 7∼20종이던 어류가 1998년엔 3∼14종으로 크게 감소했고 어종도 변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원전 가동 이후 어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전 측은 지난 20여년간 한번도 온배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연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획량 감소는 거의가 오폐수에 의한 것일 뿐 울진 특유의 현상이 아닐 뿐더러, 도리어 온수를 좋아하는 어류가 몰려 들어 어종이 다양해지는 효과까지 있다고 반론할 정도.

이때문에 원전측은 자신들이 부산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제출 받은 결과조차 부정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원전 배출수가 주변 양식장의 물고기 폐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지었었다.

◇영향을 어떻게 줄일까 = 원전측은 새로 건설될 2기의 온배수는 방파제 등 영향 저감시설을 설치해 먼 바다로 방출, 저층 냉수와 혼합.희석 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0m 수역까지 방파제 140m 및 도류제 170m를 연장 건설하겠다는 것.

그렇게 되면 2기가 더 들어 서더라도 현재의 4기 온배수 확산 범위를 남동향 5.2km 및 북향 3.3km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울진 참여자치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도류제.이안제를 설치하면 퇴적 환경이 바뀌어 2차 환경 오염까지 우려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침퇴적에 의해 해안선 변형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원전측은 배수구 남쪽 2.6∼2.8km 떨어진 후정해수욕장 앞에 이안제를 만들면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필요하나 = 그러나 시비는 원전과 인접 주민들 사이에서나 계속되고 있을 뿐, 국가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기능은 전혀 없다. 별도의 규정이 없고, 그저 수질환경보전법의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에 따라 40℃ 이하로만 배출하면 된다고 할 뿐인 것. 게다가 과학기술부가 맡던 관련 업무가 1996년 산자부로 이관된 뒤엔 이 문제를 다룰 변변한 위원회 하나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너무도 절실한 문제이면서도 국가가 외면함으로써 현장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기술 강금석 연구원은 "정부.원전.주민.학계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취약성은 외국과 비교하면 너무도 명료해진다. 유럽의 원전 선진국들은 철저한 온배수 저감방안을 채택, 프랑스 팔루엘 원전 경우 지름 4m의 관을 깔아 1천여m(1호기 965m, 2호기 1천71m, 3호기 1천186m, 4호기 1천258m) 밖 심해로 배출하고 있다. 내륙 국가인 벨기에 티앙쥬 원전 3기는 거대한 냉각탑의 낙차를 이용, 물을 완전히 식혀 강물과 같은 수온으로 낮춘 뒤 배수하고 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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