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교사 엑소더스

"전교생이 3천명이라고 하자 그곳 교장이 학교가 아니라 수용소라고 하더군요. 열악한 교육여건을 무시한 채 미국식 제도만 도입한다면 우리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오는 9월부터 미국의 사립학교교사로 취업할 경력15년의 초등학교 중견교사가 한국교단을 떠나는 이유가 이렇단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의 한 법률회사에서 교사취업이민 웹사이트를 개설하자 현직교사, 교육대생, 사범대생 등 500여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또 지난 4월에 열린 미국교사취업이민 설명회엔 현직교사 대학생 등 1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른바 '교사 엑소더스'라고 할까.

IMF이후 비교적 안정된 직업으로 선호하고 있는 교육계에서마저 왜 보통사람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이민바람이 불까. 물론 넓게보면 국내의 정치상황이나 경제불안 등이 근간이겠지만 교육환경의 황폐화를 교사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또 지난 16년간에 걸쳐 단행한 교육개혁의 결과가 개혁은커녕 교사를 오히려 개혁대상으로 삼겠다며 기를 죽이는 판이니 이민대열에 동참하는 게 아니겠느냐는게 한 교사의 고백이다.

"교실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 지 지금 교육정책자들이 도대체 그 실상을 알기나 한가요? 담배피는 학생들에게 꾸중할 수 없고 화장을 지우라는 여학생은 그 다음날부터 결석을 해요, 사소한건 놔두고도 원조교제에다 폭력서클에 가입한 학생들에게 매를 들수 있나요? 당장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보는데 어떻게 매를 들어요?"

"수당 몇푼 올린다고 해서 근원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일부 부도덕한 교사들도 있지만 근원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와 대우가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게다가 국민의 정부는 '고령 교사 1명'에 '젊은교사 3명'의 등식을 대입해 30, 40년 봉직해온 교장 교감 교사들을 내몬 게 교육개혁아닙니까.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축적된 '경력교사'가 많을수록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한 교사가 봇물처럼 쏟아놓는 사연에 수긍이 가지않은 대목이 한군데도 없다. 이들에게 이민을 가지말라는 만류를 할 계제도 아닌것 같다. 우리교육계의 이 '엑소더스'를 그냥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엔 어떤 한계를 넘은 상황이란 불안감이 먼저 든다. 어떤 '응급처방'이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대통령이 먼저 가져야 될 것 같다.

박창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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