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외무회담 수락 배경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수정 거부와 관련, 정부가 고심 끝에 24일부터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3'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외무회담 기간에 한일 외무장관회담을 갖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일본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수정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내용을 통보한뒤 정부는 한일 외무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왜곡수정 거부에 항의하기 위해 대일 문화개방 중단 등 1차 대응조치 속에 합참의장 방일취소 등 당국자간 교류 축소.연기방안이 포함된 상황에서 한일 외무회담을 개최할 경우 국내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특히 우리의 대일대응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특별한 재수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결과가 뻔한 한일 외무회담을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실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왜곡수정 거부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일본의 외교사령탑에게 분명히 전하고 일본측의 '속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상취임 초기 왜곡교과서 문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문제 등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다나카 외상에 대한 우리정부의 '일말'의 기대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자회의 석상에서 그동안 일본, 중국 등과 빠짐없이 외무회담을 개최해온 상황에서 회담 개최를 거부할 경우 발생할 외교적 파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국제회의가 있을 때 일본, 중국의 외교장관과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오히려 안 만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면서 "특히 이번 회담을 일본이 요청한 만큼 이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전쟁이 일어나도 교섭은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외교장관간 채널이 막힐 경우 어떤 식으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왜곡교과서 수정거부가 한일관계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계획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거듭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추진중인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무회담이 열릴 경우 왜곡교과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스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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