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사람들마다 만나면 바쁘다는 말이 입에 붙었다. 묻는 것도 "바쁘지요", 대답도 "바빠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교수생활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한 일주일만 푹 쉬었으면 좋겠다" 는 한숨 섞인 푸념들을 많이 한다. 과연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라는 노래말처럼 어린 시절의 꿈을 꾸면서 오늘도 바쁘게 지내곤 한다.사람들은 이제 바쁜 것이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바쁘면서, 그렇게도 쉬고싶다고 하면서도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바다로 산으로 떠난다. 아마 군중 속에서의 고독함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채워가려는 모습일 것이고, 일상에서 벗어나 동심과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간다.
한 놀이공원에서 가족들이 하루를 보내는데 약 30만원정도 든다는 아침 뉴스를 들었다. 뉴스의 초점은 휴가철에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휴가보다는 주변 놀이공원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놀이공원사용도 만만찮게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탈출이 가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놀이공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상탈출, 쉬고 싶다는 다소 사치스럽기까지 한 표현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리네 이웃들도 너무나 많다. 이들을 생각해서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이웃들의 얼굴표정이 나의 표정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푸근하고, 웃으면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경운기를 몰면서 수건 덮어쓰고 따가운 햇빛을 뒤로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는, 햇빛에 그을려 검게 탄 얼굴에서 우리들이 억지로 바꾸어가려던 얼굴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표정을 바꾸어야 출세할 수 있다는 말에 자다가도 웃지 않는가?
가톨릭상지대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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