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두산 종주 9월까지 성수기-바람천지, 구름천지…가슴벅찬 천지

'백두산 찾아가자. 겨레의 숨소리 살아 뛰는 백두산으로…'6월부터 9월까지 백두산 등산 성수기.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스런 날씨와 자연의 변화무쌍한 조화, 신비감까지 자아내는 곳이 바로 백두산이다.

오를수록 푸르던 숲은 어느덧 나지막한 풀밭으로 변하고 땅바닥에 기다시피 손마디만큼 자란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등산객의 넋을 빼앗는다. 모였다 흩어졌다 짙었다 옅어지기를 거듭, 조화를 부리는 바람에 손가락 끝마저 보이지 않는 운무. 앞과 뒤에서 동행자를 확인하는 고함소리가 바람에 묻혀 버린다. 여기에다 어른조차 단숨에 날려 버릴 것 같은 강풍, 언뜻언뜻 보이듯말듯하는 능선길 옆 깊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 백두산 등반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긴장과 공포감의 연속이다.

천지(天池) 조화는 한술 더 뜬다. 천지를 넘보려는 모든 것을 날려 버리기라도 하는 듯한 강풍은 몸 가누기조차 힘들게 만든다. 게다가 세인의 눈길에 부정이나 타는 듯 온통 구름이 천지를 가리고 있다. 차라리 바다라고 부른다는 천지 푸른 물결을 보지 못하게 하루종일 조화가 끊이지 않는다. 혹여라고 구름을 뚫고 내리 쏟아지는 햇빛에 연무가 흩어지고 거칠게 출렁이는 천지물결이 보일지라도 찰나에 그친다.

백두산을 찾는 코스는 두 갈래. 과거에는 주로 연길에서 이도백하를 거쳐 장백폭포 아래 온천구에서 시작하는 북파(北坡)관광이었다. 비포장길도 관광객이 넘침에 따라 포장도로가 만들어져 버스로 6시간이면 북파 코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은 산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연길에서 이도백하에 도착, 서쪽능선으로 출발, 백두산 심산 구경을 한 뒤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북파로 향하는 서파(西坡)코스도 개발되고 있다. 이코스는 주로 산악인들이 백두산 서북종주를 위해 즐겨 찾는다.

◇북파 코스=북파 출발지에서 백두산 천지에 올라 즐기는 방법은 세가지며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지프를 타고 20분쯤 오르는 길. 구비구비 돌고 도는 구절양장같은 시멘트 포장길을 오르면 길 양쪽으로 마치 공룡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푸른 능선들이 그림같이 펼쳐지며 곧바로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내려 5분쯤 풀 한포기 없는 언덕길을 오르면 천지를 알리는 표석을 만난다. 천문봉(天文峰·2650m)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언뜻 햇살 속에 드러나는 천지물결을 잠깐 구경할 수 있다. 대개는 운무에 뒤덮힌 천지만 보고 구경을 끝내기 십상. 타고 온 지프로 하산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고작 30분 정도의 대기시간을 놓치면 2, 3시간 걸어서 하산해야 한다.

시간 여유가 있거나 체력이 허락하는 경우 천지에서 장백폭포로 이어지는 폭 3, 4m의 강(通天河)에 걸친 나무판자 몇개로 대충 만든 다리 같잖은 다리(牛郞渡)를 건너 가파른 용문봉(龍文峰·2691m)을 올라 하산할 수 있다. 5, 6시간 정도 걸린다. 이코스를 선택할 경우 파도치는 천지의 물결과 천지의 웅대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천지물을 마셔볼 수도 있다. 천지에서 나는 산천어를 잡아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장사꾼이 얄밉다.

두번째로 차량을 이용치 않고 온천구 숙소에서 케이블카와 눈썰매장 옆 등산길을 따라 천지 아래 중턱쯤 위치한 흑풍구를 거쳐 천지에 오를 수 있다. 3, 4시간 걸으면서 갖가지 야생화도 구경하며 느긋하게 천지에 오를 수 있다.

또다른 길은 온천구에서 작은 천지란 뜻의 소천지를 지나 장백폭포 아래 계곡을 따라 오른쪽(짚차 오르는 길 건너편 계곡 능선길)으로 등산한 뒤 용문봉을 거쳐 천지, 통천하를 건너 천문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 이 코스 역시 체력없이는 오르기 어렵다.

◇서파 종주 코스=정말 어렵고 힘든 코스. 성공여부는 날씨에 달렸다. 출발때 좋은 날씨도 중간에 이르면 변하기 십상. 짙은 안개가 덮치는데다 날씨도 고르지 않아 종종 산행중단은 물론 조난사고도 일어나기 때문. 다행히 운좋으면 9시간 정도 걸려 천지에 도착할 수 있다. 2300m 고지의 북한과 중국의 5호 경계지점에서 30분쯤 오르면 마천루(2500m)에 도착, 일출을 본뒤 청석봉과 백운봉~녹명봉~차일봉을 지나 소천지를 거쳐 온천구에 이를 수 있다. 혹여 시간단축이 이뤄지면 천지에 잠깐 올라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린다.

또 종주를 하지 않을 경우에도 서파 코스를 가면 현재 중국이 한창 개발 중인 백두산 고원의 야생꽃밭(고산화원대와 왕지, 제자하 등)과 금강대협곡을 둘러 볼 수 있다.

서파로 백두산에 오르면 한국의 모 종교단체에서 기증한 2마리 사자상과 입구문이 반긴다. 서파와 마찬가지로 북파 입구에도 2마리 사자상이 있다. 한글로 기증자와 기증취지를 밝히고 있다.

◇가는 길과 주의점=인천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 북경을 거쳐 국내편을 갈아타고 연길에 도착하거나 인천서 중국 항공기를 타고 장춘공항에서 다시 연길에 이른다. 첫밤은 보통 연길에서 보내고 버스편으로 백두산 북파 또는 서파로 이동한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만큼 특히 말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점에 파는 북한산 물건이나 중국산 물건을 살 때는 가짜가 많아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준비물=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휴지 준비와 함께 마음의 각오가 필요하다. 천지에 오를 때 강풍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므로 겉옷과 비옷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백두산에서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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