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곧 대의원대회 열어 결론 내기로

민주노총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 명목으로 예산을 받아 사무실 운영과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는 회의자료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주노총의 운영예산 확보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들에 대한 적극적 견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정통론자'들과 '현실을 중시해야 한다'는 실리주의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은 이미 지난 해부터 제기되었던 것.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상당기간 거쳐왔으며 논란이 많았던 안건인만큼 입장정리가 늦춰져왔다. 민주노총은 조만간 대의원대회를 열어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내부 진통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받나

최근 한 신문은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용 회의자료를 인용, 민주노총이 지난해 사무실 임차료와 각종행사비 명목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모두 22억여원의 지원을 약속받아 상당액을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해 서울·인천·울산 등 전국의 15개 지방본부 사무실 임차료 명목으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총19억2천220만원의 지원을 약속받았으며, 일부 지자체로부터는 실제로 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신문은 민주노총이 지난해 전남지역 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월 임차료 명목으로 5천만원을 지원받은 것을 비롯, 올해도 2억3천300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전북지역 한 기초 자치단체로부터는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3천5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기술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민주노총 총연맹과 대구지역본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본부들이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사무실 임대료·세금·우편발송료 등의 명목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

상당수 민주노총 산하 지역본부들이 상근자들의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지원금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 민주노총 관계자의 설명이다.

◇'받아야 한다'는 찬성론

지원금을 수용해야 한다는 찬성론자들은 아무리 명분있는 운동이라 할지라도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상근자에 대한 임금체불 등 각 지역본부의 어려운 사정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비만 갖고 운영하라는 것은 '운동을 중단하라'는 뜻과 같은 의미라는 것이다.

현재 지역본부의 소식지 등을 살펴보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으며 조합비 납부율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조합비 가운데 상당액을 차지하는 대기업 노조 몇 곳이 일시에 조합비 납부를 거부할 경우, 지역본부 존립이 위협받을 만큼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

게다가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고 수천만원씩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가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별다른 흠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운동도 시민사회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을 시민사회단체의 한 종류로 본다면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

한국노총은 광역·기초자치단체로부터 일정 항목에 대해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이 일정 행사에 대해 예산을 요청하기도 하고 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주는 경우도 많다.

◇'받지말아야 한다'는 반대론

'정부 보조금은 정권과 자본이 노동조합을 유리하게 이용하기위한 도구일 뿐이다. 혹자는 국민이 낸 세금이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낸 돈을 우리가 받아서 정당하게 사용만 하면 된다는 말에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그 돈을 주는 이가 누군가에 달렸다.

정부가 준다는 것은 정부의 시각에 따라 주고 주지 않고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즉 예산을 통해 정부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돈으로 우리의 운동을 재단하려 할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보조금은 자주성의 문제이다. 정말로 민주노총이 힘들다면 당당하게 조합원들에게 재정상황을 공개하고 조합비를 올려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윗글은 민노총의 외부 운영비 지원과 관련해 한 네티즌이 쓴 글이다. 민주노총의 운영예산확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돈이든 받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설립초기부터 대표자회의를 통해 관공서 예산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었다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한 관계자는 "없이 살더라도 '자본'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론자들의 입장"이라며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운동의 방향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방향을 지키기위한 수단의 선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다음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지원금 수용여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뒤 이에 대한 최종 입장조율을 할 예정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