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편의시설 시민촉진단 최봉준소장

대구편의시설설치시민촉진단 최봉준(45·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소장은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이 달부터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위반했을 경우, 최고 3천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관련 법규가 시행되면서 할 일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거리로 나서면 제일 안타까운 것이 '대충대충'입니다. 우리나라 각종 시설물들의 실태가 장애인 편의시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시설을 설치했지만 설치 예산만 날린 곳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파출소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파출소앞 출입구 경사로를 올라가봤습니다. 당연히 못 올라갑니다. 경사를 너무 높게 만들어놔 도저히 못오르는 것이죠".

최 소장은 법을 만들어놨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설치한 시설이 대부분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최 소장은 어렸을때부터 장애를 겪어온 3급 지체장애인. 초등학교 재학시절 수영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왼쪽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경북 영천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아파트 보일러공으로 근무하다 지난 95년부터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이 장애를 겪고 있어 잘 알지만 누군가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해주지 않으면 장애인 스스로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어렵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줄 단체와 단체상근자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에 이 일에 뛰어들었죠".

많은 수입은 아니지만 아파트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했던 최 소장으로서는 장애인단체 근무가 일종의 모험. 상근자라 하지만 넉넉지도 않은 수입. 가족들은 당연히 반대를 했다. 하지만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최 소장의 자부심에 가족들도 이젠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지난해 8월 옛 의무사 부지내 도로의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개선한 것 등 이 생활을 하면 보람도 큽니다. 당시 의무사 부지내 도로의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그대로 따라가면 분수대에 빠지고 신호등과 부딪히도록 되어 있었어요. 그 장소의 편의시설을 만든 사람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분수대에 빠뜨리려하거나 신호등과 부딪히게 하는 방법으로 골탕을 먹이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그 시설물은 그렇게 하라고 하는 얘기밖에 안돼요. 결국 저희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고쳐지지 않아요. 저희가 땀을 흘린 만큼 세상이 바뀝니다".

최 소장은 장애인편의시설설치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기능발전위원회 일도 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기술을 익혀 스스로 재활에 나서야한다는 것.최 소장은 이를 위해 기술을 갖고 있는 장애인 20여명을 모아 장애인 기능교육을 하고 있다. 구두수선·양복수선·열쇠수리·도장파는 일 등 참여하는 장애인들은 하나씩 기술을 깨쳐가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장애인 전문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도 장애인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닌데 그동안 장애인들이 제 목소리를 못냈어요. 장애인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키워줘야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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