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니 와히드 탄핵 초읽기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신임 경찰청장 임명에 반발해 21일 낮12시(한국시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기 위한 특별총회를 소집했다.

MPR의 대통령 탄핵절차 돌입으로 와히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사생결단을 요구하는 기로에 서게됐다.

◇탄핵절차 돌입=MPR은 21일 특별총회에서 회의 진행 방식 결정에 이어 정파별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23일 와히드를 소환, 금융 스캔들 연루 의혹과 국정운영 실패, 경찰청장 불법임명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해명 연설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MPR은 해명 연설을 청취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표결을 실시해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낼 경우 와히드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메가와티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이 자동적으로 권력을 승계하게 된다.

◇총회소집 배경=MPR은 20일 국회의 사전 승인없이 하에루딘 이스마일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회의를 열고 와히드탄핵을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총회 개최를 결의했다.이에 앞서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최근 해임 명령을 거부한 채 집단 항명을 주도하다가 직무정지 명령을 받은 수로조 비만토로 경찰청장 후임에이스마일 차장을 임명했다.

MPR이 다음 달 1일 개최키로 한 특별총회를 서둘러 앞당긴 것은 와히드 대통령이 자파인사로 경찰 수뇌부를 교체한 뒤 경찰 병력을 대거 동원, 특별총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경찰.군부의 동향=비만토로 경찰청장은 최근 와히드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명령을 받은데 반발, 이스마일차장에게 지휘봉 인계를 거부했다. 경찰청장 취임식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을 비롯해 통합군사령관,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불참했다.한편 경찰은 21일 특별총회에서 와히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등에 대비해 20일 오후 6시 15분을 기해 수도 자카르타 전역에 1급 비상령을 발령, 24시간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와히드의 대응 시나리오=와히드는 20일 정적들의 탄핵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당초 이 날짜로 발동키로 했던 비상사태 선포를 철회하는 대신 정치적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달 31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와히드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군과 경찰 지휘부는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와히드는 군과 경찰 수뇌부의 항명 가능성에 대비, 특전사령관 출신으로 군내 신망이 두터운 아굼 구멜라르 정치.사회.안보 조정장관을 통해 소장파 군.경을 직접동원,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히드의 비상사태 선포로 군과 경찰이 와히드 찬.반 세력으로 양분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건국 후 최악의 유혈사태를 맞게될 것으로 우려된다. 와히드는 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동부 자바 등지의 과격파 이슬람 지지자들을 동원, 대규모 시위와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와히드는 최근 정적들과 추진해온 협상에서 권력분점을 통한 대립정국 해소방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져 극적 타협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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