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는 가을철이 되면 만산홍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언뜻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이는 각종 병해충을 쫓아내기 위한 나무들의 처절한 생존전략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몬테펠러대학 유전환경학 전공 샘 브라운 교수와 옥스포드대 윌리암 해밀턴 교수는 진딧물 등 몇몇 해충들이 붉은 색을 띤 나무 잎사귀를 빈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활엽수가 나뭇잎을 붉은 색으로 물들여 벌레들을 쫓아 낸다고 로열소사이어티 최신호에서 밝혔다.
이들은 각종 진딧물들이 색깔로서 숙주나무와 일반 식물을 구별하는 것에 착안, 진딧물 피해로 고통받는 300여그루의 활엽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진딧물이 붉고 화려한 색깔의 나뭇잎보다는 덜 화려한 나뭇잎에 앉는다는 1천여건의 사례를 확인했다.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식물과 일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때로는 잎에 단물을 칠하는 바람에 곰팡이가 번식해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진딧물은 활엽수에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나무잎속에는 엽록소 이외에 여러가지 색깔을 내는 색소가 70여 가지나 들어있다. 차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광합성을 못하게 되면 녹색의 엽록체는 분해돼 사라져 버리고 오렌지색을 띠는 카로틴과 노란색을 띠는 크산토필이 남게 된다.
하지만 현명한(?)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포도당을 이용, 안토시안이라는 붉은 색소로 나뭇잎을 빨갛게 물들여 자신을 보호한다. 특히 진딧물에게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는 나무일수록 더욱 화려한 붉은 색깔로 치장한다.
활엽수 나뭇잎의 이러한 화려한 색깔은 진딧물 회피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봄철의 어린 나뭇잎들은 각종 해충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해충이 그 나무를 숙주로 삼아 알을 낳을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가을에 나뭇잎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면 해충의 숙주가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안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최창희 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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