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단 한 업체 간부 박모(46)씨는 여름이 괴롭다. "찾아오는 사람은 1년 또는 몇년에 한번이라지만 저는 여름 내내 시달립니다. 친구·친척에 처가식구까지, 반가운 음성으로 오겠다는데 거부할수도 없고…" 말끝을 흐리는 그의 얼굴에는 곤란함이 배어있다.
"아예 집에서 며칠씩 묵어가는 손님이 많은데다, 울릉도나 영덕·울진·강원도 방면으로 가는 사람들은 '밥한끼 하며 잠시 얼굴만 보고 가겠다'고들 하지만 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구 출신으로 포항에 근무하는 공무원 정모(44)씨도 매년 되풀이되는 여름철 손님접대에 지쳐 포항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두려워 옆자리 동료에게 "자리에 없다고 해달라"며 전화받기를 꺼리거나 휴대전화를 꺼두는 풍경은 관공서나 기업체에서 흔한 일.
몸고생에 마음고생, 돈부담이 겹친 포항시민들의 여름나기는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이곳의 무더위보다 견디기 힘든 일이다.
포항살이 13년째인 공단 모업체 김모(49) 부장은 "가족들이나 일행들끼리 즐기는 것으로 휴가계획을 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말로 포항시민들이 겪는 '휴가민폐'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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