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50점도 안되는 企業구조조정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점수가 '50점 이하'라는 한 외국 기업인의 발언은 비록 그 신뢰성은 의문시 되지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우리네 실정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대단히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제임스 루니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부회장은 20일 대한상의 주최의 한 강좌에서 외국 기업 임원으로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한국의 구조조정은 50점 이하"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한 외국인의 시각이 우리경제의 구조조정 현황을 정확히 조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구조조정의 성과를 놓고 국내 이해당자사 간에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럴때는 제3자인 외국인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지금 상당한 무게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 진행된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은 대부분 부도 상황을 맞은 기업의 구제나 부실기업 정리,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은행의 정상화 등 그때그때 벌어진 문제들에 대한 수습차원에서 진행된 일차적이고 가장 소극적인 의미의 구조조정이었다"는 그의 분석은 마치 우리경제를 꿰뚫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안타깝지만 시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다. 20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업체 3806개 중 29.3%가 아직도 번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으며 그 비율도 전년(24.2%)보다 늘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히 예금보험공사가 워크아웃 중인 대우와 고합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경영진들의 예금·부동산 빼돌리기가 성행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이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없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가치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당국의 이러한 확고한 의지가 업계에 전달돼야 하며 따라서 공적자금 지원 등 특혜를 받은 업체는 철저한 사후관리 검증을 받아야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칫 '힘의 논리'나 '정치 논리'로 구조조정이 진행돼서는 안된다.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식 경제정책의 말로가 어떠한지는 현재의 아르헨티나 사태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구조조정은 시작하기도 힘들지만 일단 시작했으면 확고하게 끝맺어야 한다. 중도하차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지난 3년간 한국경제의 화두(話頭)였던 구조조정 작업이 아직까지 50점도 안된다는 한 외국인의 분석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경제의 앞날을 우려하는 충고로 받아들이고 이를 계기로 우리경제의 내부 반성과 함께 구조조정의 틀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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