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경없는 '베품의 손길'

"뜨리가마시(고맙습니다), 뜨리가마시…"

20일 오전 11시 계명대 동산병원 51병동 5109호. 말레이시아령 동말레이시아 사바주(州)의 오지 마을 베스따리아에서 온 둥낄랑(48)씨는 한국의 농민오정면(64·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태어날 때부터 입 천장이 찢어져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음식물이 코로 흘러나오는 딸마리따(14)를 한국까지 데려와 수술시켜 준 오씨가 너무 고마웠기 때문.

오씨가 이들 부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3개월 일정으로 동말레이시아에서 현지 농민을 대상으로 유기농법 교육을 실시하고 있던오씨가 베스따리아를 방문했을 때 둥낄랑씨는 딸을 치료해 달라고 오씨에게 매달렸다. 오씨는 마리따양과 함께 동말레이시아 수도인 'K·K·'의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로부터 "이런 병을 치료할 장비도 기술도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지난 10일 오씨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은 마리따양은 동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23일 퇴원할 예정이다. 오씨가 동말레이시아 원주민에게 사랑의 손길을 베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8년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오씨는 현지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오씨는 부인 문달림(64)씨와 함께 매년 유기농업 교육을 갈 때마다 오지마을을 방문했다.

"원주민들의 때묻지 않은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수백km나 떨어져 있어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그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오씨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싶어 10년전 수지침을 배웠고 유기농교육을 갈 때마다 의약품을 가져가 나눠줬다. 지난해에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소녀를 데려와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젊었을 때부터 돈을 더 많이 벌어 뒀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돈이 많으면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혜택을 줄수 있을 테니까요".수입이라고는 유기농사로 버는 연간 1천200만원이 전부인 오씨는 "동말레이시아에서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3명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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