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경제를 축으로 한 세계경제의 장기 불황 우려감과 미국경제에 종속돼 있다시피한 취약한 한국경제 구조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증시 침체의 보다 근원적인 원인으로 '수급 균형의 붕괴'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거나 제자리인데 증자 신규등록 공모 등으로 통해 증시에 주식물량이 과다 공급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시장 경제의 가장 강력한 힘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공급이 넘쳐나는데 주가가 오를 재간이 없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7월초 현재 코스닥에 등록돼있는 기업과 뮤추얼펀드는 626개 종목에 달한다. 318개 종목에 불과하던 99년 7월보다 무려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뜸했던 코스닥기업의 신규등록 및 유상증자도 올들어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6월말까지 코스닥기업들은 등록공모와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3천170억원, 5천880억원을 증시에서 조달했다.
신규 등록을 위해 코스닥위원회에 등록심사를 청구한 기업 수도 무려 7월 현재 110여개사나 된다. 자본금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코스닥 기업 한 개가 등록될 때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자금이 묶이거나 증시를 빠져 나간다.
따라서 올들어 코스닥 신규주 등록으로 1조원 정도의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주식을 살 수 있는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 규모는 현재 7조원대로 지난 1월과 4월에 비해 3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등 매수 기반은 크게 취약해졌다.
새로운 물이 유입되는 만큼 썩은 물을 빼내줘야 하지만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 당국은 벤처 강국을 기치로 코스닥 시장 확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쳤지만 결과적으로 증시 폭락을 남겼다.
씽크풀의 애널리스트 시골의사는 "99년 후반에 이르면서 신규자금 유입의 속도보다 시가총액의 증가가 앞서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물량 공급의 원죄로 한국 증시는 1년 반만의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경우 코스닥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최근 하이닉스반도체가 1조8천억원 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는 등 물량 부담이 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번 DR 발행으로 주식 수가 5억주에서 10억주로 2배나 늘어났다. 하이닉스의 추가 폭락 역시 수급 붕괴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올들어 증자, 공모, DR, 전환사채 등을 통해 올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늘어난 주식 수는 7월11일 현재 무려 25억1천985만주에 이른다. 올들어서만 1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비대해진 선물.옵션시장도 한국증시의 주식 매수 자금을 분산시키고 있다.
국내 선물.옵션시장은 주가의 변동성을 줄이는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보다 단기 매매의 머니게임 시장으로 전락하면서 현물 주식시장마저 교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라는 실체 없는 대상을 놓고 벌이는 배팅'이라 할 수 있는 선물.옵션시장의 규모가 현물주식 시장보다 커지는 이상 현상이 생겨나면서 현물 주식시장에서의 돈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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