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봉사활동실적을 학교성적에 반영시킨 지 5년째.그러나 농촌에서는 봉사활동할 곳이 마땅찮아 대부분 사무실 청소하기, 하천변 쓰레기 줍기 등을 하고 있어 봉사활동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요즘 방학을 맞아 거창군내 6천500여명의 중고생들이 자원봉사를 원하고 있으나 마땅히 봉사할 만한 곳이 없어 대부분 군청.병원 등 공공기관에 몰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참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학교와 사회가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고생들의 봉사활동의 실태.
1996년 이후 봉사활동이 내신성적과 대학입시에 반영되면서 여름.겨울방학때면 학생들이 봉사할 곳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그러나 농촌인 거창에는 봉사할 만한 곳이 없어 군청이나 경찰서, 병원, 우체국 등 공공기관으로 밀려들고 있는 실정.
거창군보건소 신경조(51) 보건행정담당은"방학때면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4, 5명씩 그룹을 지어 오지만 청소 외에는 시킬 일도 없지만 학생들의 요구때문에 봉사시간을 넉넉히 주는 형편이다"며 봉사활동자체가 형식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중학생의 경우 고교입시 200점 만점에 봉사활동이 4%(8점), 고등학생들은 권장사항이지만 입시에서 봉사활동경력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면서 교내외에서 20시간 안팎의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각 기관들에서는 학생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거창우체국 김동건(44) 관리과장은 "학생들에게 발송 우편물 확인도장 찍는 일을 시켜보왔으나 숙달이 안돼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했다.
학생들도 참봉사 할 곳을 찾는다는게 쉽지 않다.
거창경찰서 김진근 경장은 "방학이 끝날때쯤에는 하루 30~40명씩 몰려와 청소 등 허드렛일을 시키지만, 학생들을 다 수용할 수 없어 타기관으로 보내곤 했다"고 했다.
거창중앙고등학교 한해수(18.3년)군은 "지난 여름방학때 모기관에 봉사하려 갔으나 청소 외엔 할 일이 없어 놀다가 왔다"고 했다.
학부모 송윤식(44.거창읍 상림리)씨도 "방학만 되면 중학생인 딸이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해 곤욕을 치른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거창 혜성여중은 방학때마다 점수반영에는 관계없이 사랑나눔 자원봉사대에 참여할 봉사회원을 모집한다. 참여학생수는 25~30명정도.
사랑나눔 회원들은 4, 5명씩 짝을 지어 매주 한두번씩 담당교사의 지도아래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찾아가 할머니.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동무도 되어주고, 밥도 짓고 집안 청소도 해준다.
신시랑(15.혜성여중 2년)양은 "초등학교때는 철모르고 시간때우기식 봉사를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와 선배언니들과 함께 봉사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접하다 보니 진심으로 남을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고학년이 되어도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봉사지도담당 김옥순(40) 교사는"점수를 받기 위한 봉사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형구(54) 교장도"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교회 등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지난해 거창 산업과학고를 졸업한 박종현(20.체육관사범)씨는 "공공기관에 봉사활동을 가면 10~20분 정도 담배꽁초 등 허드렛 일을 한 후 2, 3시간씩짜리 봉사확인서를 받곤 했다"며 형식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봉사한다는 마음이 안들었다고 했다.
또 거창여고를 졸업한 장애리(22.대학3년)씨도 "학창시절 봉사를 가면 기관에서 할 일이 없으니 돌아 가라고 했던 일을 기억한다"며 찾아오는 것을 귀찮아 하고 사회적으로 무관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정수 거창교육장은"봉사 의뢰기관이나 실시기관 모두 좋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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