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단계·보험설계 고학력자 몰린다

경제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직 및 석·박사 등 고학력자들이 다단계 판매나 보험설계사로 이동하는 등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급속도로깨지고 있다.

특히 봉급생활자에서 노력과 실력대로 보상을 받는 보험설계사로 이직하거나 학력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3D업종에 진출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얼마전 영국에서 이공계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귀국한 김모(31)씨. 김씨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많아 교수로 초빙되기가 어렵다고 판단, 최근 전공과 무관한 보험설계사 시험을 쳐 보험 세일즈맨이 됐다.지난해 경북대를 졸업한 이모(여·25·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취업이 안돼 가족들의 눈치를 보다 최근 친구의 소개로 다단계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이씨는"경험자들이 잘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입사해보니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에 다니는 또래들이 무척 많다"고 했다.

대구시내 한 다단계 판매업체 관계자는 "요즘 대학생은 물론 대기업에서 종사하다 퇴직한 사람들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노력에따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달 평균 20명 정도씩 보험설계사를 뽑았던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4, 5월엔 고학력자들이 대거 지원하는 바람에 100명을 한꺼번에 뽑았다.

올해 이 회사에 입사한 최모(35)씨는 "보험설계사 중에는 반도체 회사, 석·박사학위 취득자, 의사, 미국 MBA 출신, 공인회계사 등 전직이 화려한 사람들이 많아 무척 놀랐다"며 "이들 대부분은 연봉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적당한 수준의 소득을 올리면서 마음도 편한" 일을 하려는 분위기에 편승, 환경미화원 모집에까지 대졸자가 몰려들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사회학과 이채문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학력자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자신의노하우를 활용하지 못하는 업종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국가적 측면에서 비생산적인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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