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크호텔 골프연습장 환경파괴

2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산 98의 1 일대. 파크호텔에서 고모역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 가파른 비탈길을 20여m 올라가자 굴착기 굉음이 요란하다.

아름드리 나무와 관목들이 어울려 자라고 있던 숲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수십년씩 된 나무들은 말라 비틀어진 뿌리를 허공으로 치켜든 채 나뒹굴고 있었다.

능선은 굴착기들이 부순 흉칙한 모습의 암반조각들과 폐건설자재, 각종 쓰레기들이 대신 메우고 있다.

파크호텔측이 지난달 말부터 골프연습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수성구 만촌동 산 98의 1 일대는 대구시를 관통하는 금호강 유역에서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빼어난 주변경관으로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

또 지난 5월 2년여의 공사끝에 대지 8천600평 연건평 1만3천여평 규모로 완공된 '호텔 인터불고' 건축과 관련, 환경단체들이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해온 곳이기도 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가로수 심기 등 전시행정에 열중하면서 정작 가꿔야 할 곳은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한 환경정책 실종은 결국 생태계 파괴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아울러 호텔측이 개발에 앞서 제출한 입목본수도 산출내역도 축소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호텔측이 제출한 입목본수도 전수조사는 7천㎡가 넘는 이 일대에 128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며 "이 일대 모감주나무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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