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경제가 먼저다

나라 경제가 심상찮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도 장기불황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미국.일본 등에 대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와 감축 경영이 우리 기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63%나 떨어지고 대기업들이 또다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물가상승 등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은 가계를 지탱하기가 힘겨워졌다는 하소연을 자주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언제쯤 회복될지 예측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IMF가 처음 몰아닥쳤을 때, 우리 국민들은 희망을 접지 않았다. 함께 힘을 합치면 이번 국난쯤은 모면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의지마저 찾기 힘들어졌다.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지면서 국민 스스로가 너무 지쳐 버렸기 때문이다.

희망 잃은 경제, 미래 없는 한국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우리의 경기가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 작업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으며 △여야간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우리는 경기침체의 외적인 요인보다 내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 침체 등 외적인 요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내적 요인만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간의 정치적 갈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은 의당 물어야 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갈등과 반목 등으로 매우 혼돈스럽다. 언론개혁 문제만 해도 그렇고 통일 문제도 그렇다.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 정치권은 물론 많은 민간단체들까지 이러한 이슈들을 놓고 극한 대치에 가까운 갈등을 벌인다. 국민들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또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이념적 논의 때문에 경제문제는 늘 뒷전에 밀려나 있다. 물가가 오르고 일할 자리가 없어, 또 장사가 되지 않아 생계가 막연한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 오직 이들은 자신들의 이념적 주장만 고집한다. 그것도 적이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우리 사회를 이끌려한다. 물론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다양한 계층의 문제가 여러 통로를 통해 분출되고 수렴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지금처럼 소모적이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논의를 원치 않는다. 적어도 상대를 인정하고 규범과 질서를 지켜 나가며 또 경제에 해(害)가 되지 않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

갈등.반목, 정치까지 발목 잡아

특히 제2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국가적 에너지가 이러한 소모적인 정쟁과 논의로 낭비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경제부터 우선하는 정치를 바라고 있다. 언론개혁도 해야하고 통일문제도 풀어 가야한다는 데 국민들도 달리 반대할 뜻은 없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국민의 삶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우선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우리의 지도층이 깊이 있게 통찰해 달라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의 문제를 일관되고 신속하게 추진, 우리 경제의 기틀을 다져 줄 것을 주문한다. 또 생산적인 정치를 펼쳐 외국으로부터 국가의 신뢰를 얻는 일에 정치권이 앞장 서 달라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소리 없는 총성이 벌어지는 경제전쟁의 시대다. 경제력이 국가 경쟁력의 근본이 되는 국제화 시대에 한국도 그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어느 지역, 어느 산업, 특정계층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과실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 올 때 국민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며 그들이 주장하는 이념적 행위에 대해서도 신뢰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빠른 시일 안에 정부가 우리의 경제를 회생시켜 나갈 길을 찾는다면 국민들은 우리의 실력 있는 정부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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