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이 한점 뜬구름이 일어남이요(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은 뜬구름이 사라짐이라(死也一片浮雲滅), 뜬구름 자체는 진짜가 아니니(浮雲自體本無實), 나고 죽음 또한 그런 것이거늘(生死去來亦如是)…. 그러나 한 물건은 항상 홀로 드러나 생사에 연연하지 않으니. 이 뭐꼬!'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은 숨가뿐 현대의 일상 속에서도 늘 우리 곁을 맴도는 화두이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쾌락의 유혹이 늘어날수록 소외와 결핍감은 높아지고 이같은 내면의 성찰은 더욱 절실해진다.
최근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의문을 서로 나누고 해법을 찾아 가는 수행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름 휴가철 복잡한 피서지를 피해 사찰 등지로 단기출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한겨레신문사·지은이 조연현)은 불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 등 종교를 망라한 17개의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정토수련원의 '깨달음의 장'에서부터 인천 용화선원의 '참선',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위빠사나', 불교수행법인 '동사섭', 천주교의 '영신 수련', 티베트의 '명상수행', 노동과 영성이 어우러진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수행현장 17개소에 대한 체험과 르포의 기록이다.
'나를 찾는 여행'. 그것은 모든 것을 밖에서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성찰하는 마음 여행이다.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 어느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는 것. 나를 찾는 방법은 종교나 종파 그리고 수행의 원리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참선이나 명상을 통해 깨달음에 다가가는가 하면, 한바탕 춤판이나 죽음 묵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기도 한다.
수행법의 공통된 가르침은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시비와 갈등과 고통은 물론 사랑과 평화라는 말조차 필요없이 헌신하고 상생하며 조화로운 자연, 그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그러나 수행은 본래의 나로 건너기 위한 나룻배. 문제는 나룻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천번의 생각보다 한번의 실천이 중요하다(책 말미에 전국의 수행처 안내). 그리고 만권의 책을 읽기보다 한번이라도 진실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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