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기전에

석가여래는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이미 지상에 있는 정반왕궁(淨飯王宮)에 도착하였고 마야부인의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에 이미 이 지상의 사람들을 모두 다제도하여 하늘나라에 들여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육체를 자기 자신인 줄 알고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첫째 극소수의 몇 사람은제도되었는지 몰라도 죽은 사람들은 물론 현존하는 61억 인구의 대부분은 제도되어서 영생불멸의 하늘나라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여래가 태어나서 29세에 출가한 후 35세가 될 때까지 6년간 온갖 고생을 한 끝에 보리수 밑에서 샛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깨달은 후에 비로소 사람들을 제도하기 시작하였는데어머니의 뱃속에 들어 있으면서 이미 사람들을 모두 다 제도하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셋째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이미 인도의 정반왕궁에 도착하였다는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책도 아닌 진리탐구 토론서인 '선문염송(禪門拈頌)'의 첫머리에 거짓말을 써 놓았겠는가. 나기전에란 제목의 본문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그것을 사실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백년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의 육체는 결코 영생불멸하는 자기 자신이 아니므로 벗어버려야 한다. 영혼의 속옷도 벗어야 한다. 만약에 영혼속에 더입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벗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완전한 나체인 허무공(虛無空) 즉 진공이 나타날 것이다.

진공은 무소부재하여 없는 곳이 없고 전지전능하여 모든 것을 알며 불가능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진공묘유(眞空妙有)인 진실한 그대 자신은'나기전에'라는 본 제목의 글이 틀림없는 사실임을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입은 옷을 어떻게 다 벗을 수 있는가. 깨치면 저절로 다 벗어진다.

식물병리학자.전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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