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무기 밀거래 기승

인터넷 게이머 박모(24)씨와 이모(24)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계정(ID)을 해킹당해 인터넷 게임인 '디아블로 2'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캐릭터, 아이템 등 사이버 무기 300여개를 도난당했다.

박씨 등은 이후 단골 PC방에서 기거하며 잃어버린 ID를 추적해 결국 6일만에 범인을 붙잡는데 성공, 경찰에 신고했다.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크게 늘면서 게임 아이템을 해킹하는 등 온라인 게임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 이렇게 훔친 아이템들은 사이버공간 밖에서 불법 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회원만 2천여명인 '디아블로 2' 유명 동호회(길드) 박노준 게이머는 "홈페이지 게시판, 메일, 채팅 등을 통해 캐릭터나 무기를 사고 파는 사람들이 많다"며 "PC방을 중심으로 해킹을 통해 훔친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팔아먹는 조직까지 생겨 활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사이버상의 물건은 돈으로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적절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모호해 이런 종류의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느는 것 같다"며 "국산 게임보다 외국 게임의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과 관련한 아이템 도난, 사기성 매매, 폭력 사건 등에 대한 신고가 지역에서 올 들어서만 300여건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사이버 무기 밀거래시장 규모가 30억원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이버범죄수사대 한 경찰은 "국산 게임의 경우 공급업체와 협조하면 사건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디아블로 2'같은 외국산 게임은 접속기록 조회는 물론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 신고가 들어와도 잡을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국내 한 프로게이머는 "남들이 오랫동안 벌어놓은 아이템을 한꺼번에 훔치는 행위도 엄연한 절도 행위인 만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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