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더위가 생활패턴 바꿨다

컴퓨터 관련 회사원인 김민호(27.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최근들어 출근시간이 30분정도 빨라졌다. 평소 오전 8시까지 회사에 나왔지만 아침부터 뜨거워지는 날씨 탓에 출근시간을 앞당겼다. 저녁에도 해가 완전히 지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하는 바람에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2시간 가량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에어컨을 켜놓은 '시원한' 회사에서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것이 김씨의 속내.

한낮 기온 35도 안팎의 '찜통더위'에다 한밤에도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생활패턴아 바뀌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퇴근 때까지 회사 문을 아예 나서지 않는가 하면 땡볕을 쪼이기 싫어 회사밖 식당대신 구내식당으로 몰리거나 아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대구 중구청의 경우 지난 달에 비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공무원이 15%가량 늘었다. 좀처럼 회사밖을 나서지 않으려는 직장인 덕분에 회사주변 도시락 배달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업무를 밤에 처리하는 올빼미족도 등장했다. 홈페이지 서버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심모(27.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더위로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아 퇴근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 4시쯤 일어나 일을 한다"며 "밤낮이 뒤바뀌어 고생"이라고 말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 새벽 4, 5시쯤 집 주변 산으로 '새벽등산'을 떠나거나 운동으로 잠을 달래는 사람들도 많다. 앞산공원 고산골, 큰골 등에는 새벽 등산객들이 늘었다. 이중 상당수는 운동을 위해서라기보다 불면에 시달리다 산을 찾은 사람들이란 게 공원 관계자의 설명.

또 ㄱ스포츠 센터에는 새벽 6시 첫 시간대 헬스, 수영, 라켓볼 등 운동을 하러오는 수강생들이 지난 달보다 10~20% 가량 늘었다.

동산병원 김대현(가정의학과) 교수는 "열대야 등 고온현상으로 심야시간을 주 활동시간대로 하는 등 시민들의 생활패턴이 뒤바뀌어 생체리듬이 파괴될 수도 있다"며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기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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