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영어 공용화

얼마 전 초등학교에 영어 수업을 도입할 때 이야기다. 영어를 우리의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신문 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영어 망국론'이라며 거센 반론이 일어 그러한 주장은 곧 수그러들고 말았다.

국제 학회에 참석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 사람만큼 영어를 많이 알기는 하지만 회화나 청취 능력이 매우 부족한 민족은 드물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일상 생활 중에 영어를 쓰므로 언어 구사력은 뛰어나다. 아시아 국가 중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가 외국의 중요한 투자대상국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그들의 영어 구사력에 있다고 한다.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있는 기업 중 한국업체 직원이 영어회화를 가장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버드대 교환교수 시절 필자를 가장 괴롭힌 것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 데 따른 언어 장벽이었다.

영어를 제대로 못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영어 구사력과 성형수술 실력을 동일시하는 미국 의사들의 태도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의 장벽까지 쌓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모두는 영어를 공부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일상 생활화되어 있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영어회화를 잘못하는 두 나라 중 일본은 벌써 영어를 일본의 공용어로 도입하여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아직 영어가 한국에서는 공용어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늘부터라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직장 동료들에게, 작은 인사말을 영어로 건네는 일부터 실천해보도록 해야겠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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