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아버지 임종 못한 한총련 의장

"준혁이가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지켜볼 수 있도록 그토록 애원했건만…. 이 세상이 원망스러울뿐입니다".

지난 5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한총련 6기 의장 손준혁(29.영남대 제적)씨와 담도암 말기판정으로 투병해 온 아버지와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손씨의 친구들과 대구.경북지역 양심수 후원회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손씨의 석방을 위해 지난 2개월동안 시민탄원운동과 법원앞 시위까지 벌였지만 손씨의 아버지는 25일 오전 7시 30분 영남대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손씨 아버지가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18일. 손씨가 경찰에 연행되기 꼭 3일전이었다. 이미 온몸으로 암세포가 번져 수술도 포기해야 했던 손씨 아버지는 길어야 5개월이라는 시한부 생명 판정을 받았다.

하루 하루를 영양제 주사로 연명해온 아버지는 아들의 체포와 구속으로 병세가 더욱 악화, 급기야 지난 2일 집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매일 세숫대야에 피를 토해내던 아버지는 24일 오후 3시쯤 "살아서 아들을 보겠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법원은 손씨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준혁씨는 아버지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채 면회온 어머니에게 "아버님 편하게 보내주십시오"라는 마지막 말만 남길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북 양심수 후원회 곽은경 사무국장은 "아버지의 임종만 지켜보고 다시 출석하겠다는 각서까지 신청하고 보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부패정치인이나 힘있는 경제사범은 보석으로 풀어주고, 인륜마저 저버리는 법체계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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