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시원한 바람이 더없이 그리운 때다. 굉음을 울리며 떨어지는 폭포수는 보기만 해도 더위를 날려 보내지만, 어떤 때는 살랑거리는 부채 바람마저 고맙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폭포, 부채 작품을 지면으로 감상하면서 더위를 잊는 것도 괜찮은 피서법이 될 것 같다. 편집자
햇살에 몸이 녹아내린다. 머리는 천근만근 짓눌리고 손발은 사방팔방 흔들린다. 그렇다고 땀 밴 몸뚱아리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저 수박 한 덩어리 베어물고 대청마루에 누워 뒹굴건가. 흔들흔들 돌아가는 선풍기에 온 몸을 맡기고 말까.몸이야 피할 길이 있다지만, 머리 속을 헤집는 상념은 떨칠 수 없지 않은가. 몸이 시원하다고 마음까지 그럴 리는 없다. 세상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무리 지껄여도 채워지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풀어지지 않는 법. 그래서 분노가 솟구치고 미움이 생기는가 보다. 꼬부러지고 뒤틀린 욕망의 찌꺼기를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 관념(觀念)의 폭포를 만들어 보자.
지리산, 청량산, 묘향산…. 어디든 좋다. 마음만 닿는다면 어느 곳이든 어떠리. 정신을 가르고 영혼을 두드리는 물줄기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마음의 소맷자락을 둥둥 걷어붙이고 그 앞에 한번 서 보자. 앞에는 고함 지르는 물, 위에는 푸르디 푸른 하늘…. 억겁의 시간까지 우리를 보듬고 있지 않은가. 물줄기에 미움을 떠내려 보내고 바람소리에 분노를 날려 보낸다.
그래도 모자라면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있는 한줌의 회한까지 끄집어 내자.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돌아오자. 이렇게 쉬운 것을….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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