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도성장의 뒷그늘-중국 광산사고 다반사 매년 7천여명이상 숨져

WTO(세계무역기구)가입과 베이징 올림픽 유치로 세계적인 경제대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 그러나 중국경제의 뒷그늘에는 비약적인 고도성장에 가리워진 노동자의 아픔과 눈물이 서려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했던 '중화인민공화국'은 지금 국가건설의 출발점이었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수없이 목숨을 잃고 병들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부들은 하루 하루를 '고공 줄타기'하듯 위태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중국 정부통계에 따르면 매년 5천∼7천여명의 광부가 광산폭발·매몰사고로 숨져가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1만여명 이상이 사고로 희생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상적인 광산사고=지난 23일 민간인이 불법운영중인 동부 장쑤(江蘇)성의 한 탄광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발생, 106명의 광부가 매몰됐으나 13명만이 구조됐다. 지하 260m 의 갱이 매몰된 이 탄광은 이미 지난달 15일 주정부에 의해 가동중단 명령을 받았으나 불법적으로 운영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사고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지못했다. 다반사로 일어나는 광산사고이기 때문이다.지난해 9월에는 남서지역 꾸이저우(貴州) 광산에 160여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비롯, 거의 한달에 한번 이상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영국 BBC방송은 "광산매몰사고로 지난해 5천300여명, 1999년에는 7천400여명이 숨졌으며 이같은 사고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그러나 정부공식집계외에 통상적인 사고빈도로 비춰볼때 해마다 1만여명 이상이 사고로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천여명의 광부들이 폐암 등 폐질환을 앓거나 숨져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은 에너지 생산량의 7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같은 석탄생산이 비약적인 중국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광부들은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석탄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탄광업체들은 많은 광부들을 탄광으로 내몰고 있으나 산업재해를 막기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원시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갱내 화재사고나 환기를 위한 통풍시설은 물론 각종 위험경보를 알리는 통신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나마 갱 매몰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현지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도 최근의 일. 1980년대초만 해도 광산매몰사고와 인명피해는 국가기밀로 취급돼 비밀로 부쳐졌다. 최근들어 발표되고 있는 연간 1만여명의 피해숫자도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당국이 지난해 3개월에 걸쳐 29만3천여개의 광산업체에 대한 현지 실태조사 결과 32만5천200여 부분에 걸쳐 사고를 유발할 요인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광부들은 "정부의 실태조사로 많은 광산들이 가동을 중단했지만 실제적인 위험은 정부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불법업체와 공무원의 결탁=중국 당국이 빈발하는 탄광붕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무면허 업체들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으나 일부 관리들의 비호 속에 불법업체들이 여전히 난립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5일 중국 국가안전생산감독국이 산재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무면허 불법탄광업체를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후난(湖南)성의 경우 불법 탄광이 지난해 말 2천개에서 지난 5월 현재 4천개 이상으로 폭증했다고 보도했다.후난성에서는 올해 1/4분기까지 탄광 관련 사고로 1만2천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다.후난성 로우디시(市)정부의 한 관리는 중국법제보 회견에서 "중소 규모의 불법탄광을 보호하는 것은 고위 간부의 밥그릇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면서 "로우디시에 산재한 1천400개의 불법탄광들을 폐쇄할 경우 촌(村) 및 진(鎭) 주민들이 간부들의월급을 대신 지불해줘야 한다"고 폭로했다. 또 융싱현(縣)의 한 관리는 중국법제보와의 회견에서 "이 지역에는 대기업이 없다보니 정부 예산의 최소한 30%를 불법탄광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융싱현의 한 업소 관계자는 무면허 영업의 대가로 당국에 t당 20위안(한화 약2천600원)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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