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불황 소용돌이. 오일쇼크 때 이후 30년만의 불황이라고도 하고, 미국 IT산업 침체로 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목숨을 내 놓으며 저지하려는 경제의 세계화가 몰고 온 현상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도 IMF사태를 맞은지 4년째 접어 들었지만 예외가 아니다. 거대기업 포철이나 삼성은 이미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전자.반도체 등 첨단 업종이 몰려 있는 구미공단은 바람을 더 세게 타고 있다.
◇날로 감소하는 수출=구미세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간의 구미공단 수출액은 작년 6월보다 5%나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6개월을 합치면 그 감소폭은9%로 오히려 커진다. 공단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전자제품의 상반기 수출 감소폭은 무려 10%나 된다.
LCD.TV.브라운관.모니터.반도체 등 전품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 가격이 1달러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고, 다른 제품은 경쟁국과의수출 전쟁에서 떠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이 그나마 나은 편. 하지만 이 회사 심원한 부장은 "휴대폰도 자사 소화량과 중국 등 일부 해외지역 특수에 기인할 뿐 전반적으로는장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확실히 선전하고 있는 것은 LG전선 광케이블 부문 정도. 미국.유럽으로부터 주문이 급증, 올 상반기 수출액이 작년보다 280%나 증가한1천250억원에 달했다.
◇어떻게 돼 가나=구미공단에선 거의 전 업종이 수출 차질로 재고를 감당치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미 기존 창고는 포화상태를 맞은지 오래.이제는 주차장 등 가릴 곳 없이 재고품이 꽉꽉 들어 차고 있다.증시 상장기업 중 작년에 최고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던 브라운관 유리 제조업체인 한국전기초자에서까지 올 들어서는 수출감소 및 내수가 하락 때문에 감산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회사대표가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다. 총무팀 이세무씨는 "브라운관 가격이 작년보다 10여% 떨어지고 판매 부진까지 겹쳐 950여만개가 재고로 쌓여 있다"고 했다.
동종 업체인 삼성코닝.오리온전기도 마찬가지. 공장 곳곳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가동일수와 가동 생산라인을 줄이고 있다.
전자와 쌍벽을 이뤄 왔던 화섬업계는 사정이 더 나쁘다. 새한(워크아웃), 금강화섬(화의신청), 동국(워크아웃), 대하합섬(법정관리) 같은 대형화섬업체들이 줄줄이 나 뒹굴었다.
◇언제나 좋아질까=전체 537개 입주업체 중 468개가 근근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 뿐, 69개 업체의 기계 소리는 진작에 멈췄다. 특히 25개사는2~3년 전 부도나 공장설비가 흉물같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공단에서는 7월의 평균 가동률을 81%선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대부분 공단 관계자들은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서슴없이 말했다.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공단 설립 이후 매년 20%씩 성장했으나 지금은 IMF사태 때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 그때도 가동률은 85%를 넘었었다"고 했다.
산업단지공단 최정권 과장은 "출혈경쟁 때문에 시설과잉이 빚어졌고 채산성 하락이 뒤따랐다"고 분석했다.
어찌됐건, 앞으로도 최소 당분간은 별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난 상반기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보다 무려 21%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원료를 덜 사온다는 것은 그만큼 공장을 덜 돌리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제 휴가철. 하지만 근로자들의 어깨가 처져 보인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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