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적으로 지도자 부재(不在)시대라 할만하다. 지난 연초 가까스로 권좌에 오른 미국 부시 대통령이 '튀는'외교정책을 밀고나가는 바람에 전세계가 미국을 왕따시키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부시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이 고립을 자초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자신이 당수로 있는 노동당의 도전에 직면, 집권 기반이 흔들리나 하면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해외 여행 경비에 대한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 역시 야마도다마시(大和魂)의 일본정신이냐 이웃나라와의 선린우호냐의 갈림길에서 안간힘이다. 이미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축출됐고,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또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 와중에 유독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만이 잘 나가고 있다. '장'주석은 얼마전까지만해도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주석의 세 요직중 군사위주석 자리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양보, 퇴진 수준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5일 열린 베이다이허(北載河) 회의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장쩌민 주석은 중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킨 지도자"라며 그의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쩌민이 기껏해야 국가주석직을 내놓고 실세(實勢)인 당과 군사위주석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장쩌민은 자신의 정치 운(運)이 잘 풀려서 그런지 요즘 유유자적 하다. 지난 6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베이징(北京) 공연때는 '파바로티'와 함께 듀엣으로 이탈리아 가곡 '오 솔레미오'를 불러 파바로티로부터 "잘 부른다"는 찬사(?)를 듣더니 이번에는 흑해(黑海)에서 수영을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러시아 등 5개국 순방길에 흑해에 들른 그는 75세의 고령을 잊은듯 흑해의 거친 파도속에서 32분간 헤엄을 치며 건강을 과시했다는 것.
▲과거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 걸핏하면 양쯔강이나 황허에서 수영을 했었다. 그런만큼 '장'이 이번에 그 바쁜 일정속에서도 굳이 수영을 한 것은 중국인들뿐 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나는 마오(毛)와 덩(鄧)을 잇는 후계자일 뿐 아니라 몸도 건강하다"고 '흑해(黑海) 선언'을 한게 아닌가 싶다. 이웃나라의 노회한 정치인의 자신 만만한 행보가 유독 마음쓰이는 것은 갈팡질팡 헤매고만 있는 우리 정치 원로들의 정치행태가 너무 안쓰럽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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