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출신에다 당시 국민회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영남권 시장.군수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던 신정 울진군수의 구속은 여러 면에서 의미있고 화제도 많이 낳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유난히 청렴결백을 강조하고, 대통령 '단독 면담'을 통해 울진의료원 건립 약속을 받아내기도 해 지역민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랬기 때문에 울진 군민들은 더 큰 실망감을 맛보고 있다.
◇재판부 단호=신정 울진군수가 법정 구속되자 재판정을 가득 메웠던 방청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구속됐다가 법원의 기소전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바 있어 집행유예 정도의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초범이고 평생을 공직에 몸담은 점 등을 참작해 법이 정한 최하한의 형량을 선고하나, 범죄 사실만 두고 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마땅하다"고 밝힌 것. 그러면서 신 군수가 기소 내용 중 상당 부분을 부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0차례에 걸쳐 6천800만원의 금품을 김근배씨로부터 받고 또다른 업자 2명으로부터도 44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 공소를 대부분 인정했다. 또 형량도 검찰 구형량대로 선고했다.
신 군수는 재판 시작 5분 전인 오후 1시55분쯤 법원에 도착했으며, 법원 복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들과 군수 측근들 사이에 한때 승강이가 벌어졌다.
◇특이했던 수사.재판 과정=신 군수 사건은 수사가 검찰청을 옮겨가며 진행되고 구속-석방-구속이 번복된 점에서도 특이한 사례였다.
수사 경우, 처음엔 작년 9월 영덕지청에 의해 구속됐으나 합의부 사건이라며 법원에 합의부가 있는 포항지청으로 넘겨져 한동안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 3월 영덕지원이 합의부로 승격되자 다시 영덕지청으로 넘겨졌던 것.
또 신군수는 작년 10월에 구속됐으나 17일만에 '기소 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때 법원은 "진정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검찰의 조사대로 혐의 내용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때문에 검찰은 매우 당혹해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원 스스로가 검찰 조사를 인정해 다시 구속했다.
선고가 나자 신 군수측 변호인은 "뜻밖의 결과"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1심에서는 검찰의 승리로 정리됐으나, 양측간 법정 공방은 계속될 전망인 것이다.
◇군대 스타일 다시 화제=신 군수가 구속되자 지역에서는 그의 특이한 군대식 군정 운영 스타일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보기 때문.
군 지휘관 경험이 많은 그는 취임하자마자 군정을 일순간 장악하는 등 업무 추진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의욕이 지나쳤는지 곧이어 군의회 등 곳곳에서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일부 군민들 사이에선 '독선' '아집' '군대식' 같은 용어가 유통되기 시작했고, "군수실 문턱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불만의 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면서도 주민 여론 수렴이나 건전한 비판 수렴보다는 비선 조직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가 더 우세했다는 우려를 샀다. 공무원 인사 역시 충성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고를 하루 앞뒀던 지난 24일에 군청 주요 부서 과장들의 인사를 추진한 것만 놓고 봐도 그의 독특한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결국 포용력이었다. 그런 후 군청 핵심 간부들은 열중 쉬어 자세로 들어갔다고 주위에서는 말했다.
◇정치적 영향=이번 선고는 울진을 교두보로 동서 화합을 추진하려던 여권은 물론, 대권을 생각하는 김중권 민주당 대표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어렵사리 마련한 영남권 교두보에서조차 정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것.
또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내년의 지방선거도 발등의 불이 됐다. 울진군수로 내세울 후보가 마땅찮은 데다 김중권 대표가 누굴 낙점해도 지난 선거 때 같은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게 지역의 일반적인 여론인 것이다. 야당측도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할 것이 뻔해 보인다. 지역에서는 김 대표의 분신 같이 여겼던 신 군수의 도덕성 결함도 김 대표에게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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