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출신에다 영남권 유일의 여당(당시 국민회의) 소속으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던 신정 울진군수가 26일 뇌물수뢰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끝내 좌초했다.
취임 초 유난히 청렴결백을 강조한데다 대통령 단독 면담을 통해 울진의료원 건립 사업을 약속받는 등 주민들의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 군수의 구속은 군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줌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여 그 미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지 반응=신 군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군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충격에 휩싸였다.
주민 전모(50. 울진군 울진읍)씨는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며 도덕성을 강조하던 신 군수가 이렇게 군민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느냐』며 『장군출신답게 진작에 사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주민 이모(45.울진군 온정면)씨도 『불과 얼마전까지도 자신은 떳떳하다며 공언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군민을 우롱할 수가 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신 군수 지지자들은 『작년에도 영덕에선 구속, 포항에선 석방해주었듯이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등의 방법이 남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편 군청 공무원들도 일부는 행정공백이 우려된다며 염려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일 손을 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대 스타일의 한계=신정 군수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기까지는 그의 독특한 군대식 군정 운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취임 초부터 포용력 문제가 제기된 것.
군 지휘관 경험을 살려 취임하자마자 군정을 일순간 장악하는 등 업무 추진력은 돋보였으나 의욕이 지나친 탓인지 의회 등 곳곳에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군민들 사이에 독선. 아집. 군대식 등의 용어가 터져 나왔고 『종전보다 군수실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공공연히 『선거 때 누구를 찍었냐』를 묻는 등 피. 아 구분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특히 각종 현안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공개행정을 통한 주민들의 여론수렴과 건전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렴하기보다는 비선조직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비공개로 추진해온 점도 문제였다.
인사도 충성도 중심으로 전횡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군청 내 핵심 간부들은 열중쉬어.
지휘관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이들 사이에선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오히려 「알아서 모시는」기류가 늘어 군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군청내 주요부서 과장들의 인사를 추진한 것만 놓고 봐도 신 군수의 독특한 스타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태도 그의 「1인 행정」과 올곧은 여론,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군수에게 전달하는 채널을 마련해 두지 않은 점등이 맞물려 발생했다는 측면이 강해 지방자치제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적 향방=이번 사태는 울진을 기점으로 해 동서화합을 추진하려한 여권은 물론 대권을 노리는 김중권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마련한 영남권에서의 정치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
당장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도 발등의 불.
내년 단체장 선거에 마땅히 내세울 후보가 없는 데다 김 대표가 특정 인물을 낙점한다고 해도 지난 선거처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게 지역의 일반적 여론.
야당측도 선거전에서 이러한 점을 십분 활용, 집중 부각시킬 게 뻔한 일.
김 대표의 분신쯤으로 여겨 지지했던 신 군수의 도덕적 결함은 결국 김 대표에게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여권내 대권후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지 못한 김 대표로서는 이번 신 군수 뇌물수뢰 구속은 이래저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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