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돌출식으로 내놓은 '대통령 탄핵카드'가 먹혀들기는커녕 역풍만 거세자 야권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탄핵은 헌정중단이라는 극약요법인데다 정치적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괜히 벌집만 쑤셨다"는 분위기다.
한 고위 당직자는 "탄핵소추론을 공연히 들고 나왔다"며 "현 정권에 공포감을 심어줘 국민불안만 조장시키고 있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 때문인듯 26, 27일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여 공세카드는 하한기 사정설, 진념 경제부총리의 공적자금 관련발언, 국가정체성 문제 등이었다. 대한변협의 '법치주의 후퇴'결의문으로 며칠 전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자세가 하루사이에 역전된 듯했다.
또 민주당이 "탈세와 불법을 옹호하기 위해 무차별적 정쟁을 일삼는다"며 이회창 총재를 비난하자 "왜 탄핵발언까지 나오게 됐는지 원인점검부터 하라"며 "총무단회의 결과 보고에 불과한 내용을 가지고 요란법석을 떨지말라. 국정실패에 대한 환골탈퇴의 노력을 기울여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간이 1년반이 남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헌정질서 파괴'를 외치던 목소리가 '충고'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게다가 충남 예산에 있는 이 총재의 부친 생가 복원작업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돈많은 특권정당의 제왕적 총재는 다르다"고 몰아세우자 파장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또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이 전날(26일)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이 총재의 부친생가에 2억여원이나 들여 생가를 복원하는 것은 반민족적 행위"라며 이 총재의 정계은퇴를 요구하자 아연실색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야당총재의 부친까지 끌여들여 친일분자 운운하는 것은 과거 이북에서 인민재판식으로 정적을 죽일 때 친일분자로 몰아 정적죽이기에 나섰던 수법과 너무나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개수작업은 이 총재 부친이 작고한 친형인 이태규 박사를 추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비난이라면 '대통령의 호화 묘 이장'은 어떻게 설명하려는가"라고 반박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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