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잘 듣고 잘 말하자

현대는 자기 PR시대라고 흔히들 말한다. 자기를 적절하게 드러내고, 자기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의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심하면 표현능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짓는 세상이다. "옛날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한다고 하지만 현대는 가만히 있으면 꼴찌다" 라는 말이 있고, "요즈음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표현능력이 뛰어나더라" 라는 기성세대들의 푸념 섞인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현대인들에게서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동의한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이런 덕목이 너무 강조되어서 그런지 자기주장이 너무 지나친 점이 있기도 하고, 자기주장에만 얽매이는 점도 많다. 한마디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상대방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끼어 들어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고…" 와 같은 표현을 즐긴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야기 중간에 끊어서 미안한데" 라고 하면서 끼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럼으로써 때로 이야기의 방향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기도 하고, 오해의 씨앗이 잉태되기도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들을 줄 알 때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또 우리는 자기의 주장과 생각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과 정서적인 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특히 감정적인 공감에 대한 기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나를 위로해 주기를 바라고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엉뚱한 이야기와 비난·충고로 일관한다면 나의 마음은 닫힐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해와 공감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표현해서 오해의 싹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에 중요할 것이다.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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