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일 訪러와 南北관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 3월이후 침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국제사회 진출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일 뿐 아니라 내부적 권력안정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적극적인 국제사회진출을 암시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방문과 오는 9월로 예정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방문으로 북방 3각 동맹체제의 복원이 마무리되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남방 3각 동맹'과 북.중.러 '북방 3각 동맹'은 남한과 북한을 축으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김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 이동수단으로 모스크바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의 장시간이 걸리는 철도(총연장 9,288㎞)를 선택함으로써 내부 권력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적극 나서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의 국가 이익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간 대화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김위원장은 이번 방러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경제.군사협력을 이끌어내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방러 이후 남북, 북미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또 러시아 방문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군사원조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개방정책에 대한 군부의 불만을 가라앉혀 개방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점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경의선 연결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작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의선 복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가 단기적으로는 현재 소강국면에 빠져있는 남북관계가 당장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 8.15 행사, 오는 9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북 예정 등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내외 일정으로 볼 때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는데는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아산과 북측의 합의에 따라 7월중 개최키로 한 당국간 대화는 남북회담개최 여부의 결정권을 가진 김 위원장의 국내 공석으로 쉽게 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이번에 이어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북한이 국제 외교무대의 관례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6.15공동선언' 사항인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다소 커졌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정상외교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대남.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앞으로 북미관계가 풀려나가면서 오는 가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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