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컬러는? 빨간색' 지역 섬유업계에 종사하더라도 정답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외부 정보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기본. 이를 바탕으로 새 개념, 새 기능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역의 꽉 막힌듯한 분위기에서 이같은 기동력이 생겨날 것인가.
대구는 지금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2003년까지 6천800억 투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섬유제품의 전공정이 사슬처럼 연결돼 있지만 핵심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패션 디자인 분야. 현재로선 기반도 취약한데다 인력도 태부족이다.
그러나 앞길은 험난하지만 인프라의 구축이 끝나면 한번 도전해볼만 분야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황 및 문제점
우선 대구에는 디자이너의 수가 많지 않다.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는 이는 30여명 정도지만 정기적으로 패션쇼를 여는 디자이너 수는 고작 4,5명. 상당수는 판매에만 치중할뿐, 고급제품 생산이나 대외 마케팅 등 디자이너의 기본요건을 충족시키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결국 정부와 대구시가 2002년까지 동구 봉무동에 1천5백여억원을 들여 패션.어패럴 단지를 설립할 계획이지만그곳에서 활동할 소프트웨어가 태부족한 상황이다.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지역 대학에서 매년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배출되지만,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인력부족을 지적했다.
또 봉제기업의 영세성도 걸림돌이다. 200여개의 봉제업체중 고유 브랜드를 갖고 있는 업체는 10개 미만이고 나머지는 하청생산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종업원 수도 20∼50명이 대부분으로, '고부가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섬유인들의 의식으로 꼽힌다. 중저가 합섬제품이 국제시장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밀리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만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는 곳은 몇몇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을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섬유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 기업주로서는 신규투자, 종목전환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큰 집에 들어갈 만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게 현실이다.
또 밀라노 프로젝트의 개별사업중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지난해말 타당성조사를 한 산업개발연구원은 "2003년이후 재정독립 및 운영자금 확보계획이 없는 사업이 많고, 민자유치가 부족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망
"2003년까지 밀라노 프로젝트의 16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들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패션 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담보할 바탕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태일 대구시 밀라노프로젝트 특별보좌관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10, 20년 앞을 내다보면 기업주들이 인프라의 활용도에 따라 성장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션업체 입주, 벤처창업지원 등으로 지역의 패션기능대학과 24개 대학 졸업생 상당수를 수용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는데다 한강 이남 지역의 저가 브랜드를 장악하고 있는 지역 디자이너들을 활용한다면 인력양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또 업체들이 패션정보실과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등을 활용하면 국제정보 디자인 및 신소재 개발 등에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김부흥 한국패션센터 기획관리실장은 "소규모 업체의 기획 마케팅 등 취약 부문을 대행함으로써 업체가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지역 섬유인들의 의식도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몇년전만 해도 꿈쩍않던 섬유인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얼마후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주현 대구시 섬유진흥과장은 "패션디자인 분야는 몇몇의 힘이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 기업주, 대학, 시민 등의 유기적인 협력에 의해 성패가 결정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찬 디올, 루이 비똥 등 몇개의 세계적인 브랜드가 프랑스를 살렸듯, 밀라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탄생할 지역의 유명 브랜드가 대구경제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섞인 기대를 해본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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