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선친 묘소 진입로 개설 문제(본지 25일자 보도) 때문에 지금 경주가 시끄럽다. 왜곡된 공금 집행이 아니냐는 의혹에서부터 "시장 재량사업비가 왜 이렇게 많아지느냐"는 선거 관련 의심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
◇문제의 발생=경주 천북면장은 1999년 9월 현안사업이라며 화산2리에 너비 3m, 길이 240m의 임도를 만들겠다며 시장 재량사업비 2천400만원을 요구했다.당시 예산이 바닥나 있던 시청측은 추경을 해 11월20일에 자금을 배정했으며, 면사무소는 편입부지를 매입 못해 미루다 그해 12월30일 건설사측과 공사를 계약했다.
그러나 건설 도로 중 안쪽 160m는 개설하고도 연결도로 쪽의 나머지 구간은 땅 주인의 매도 반대로 길이 못쓰게 된 것이 첫 문제가 됐다. 게다가 완공한160m 구간마저 일부 땅 주인의 합의 없이 길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 면장이 1천만원, 총무담당이 400만원 등의 개인 돈을 내 문제를 수습한 것으로 시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렇게 시끄럽던 중 이번에는 도로 끝 지점에 한 시의원의 선친 묘소가 있음이 알려져 사건은 일파만파가 됐다. 이는 지난 12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때다른 시의원의 지적으로 밝혀졌다는 것.
◇경실련측 행동=경주 경실련은 시의회 감사 후 성명을 발표해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 그러면서 시장의 진상 규명, 집행된 자금의 즉각 환수, 사실로판명될 경우 선친 묘소 문제 관련 시의원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어 경실련 등은 진상규명위를 구성, 시장, 당시 천북면장(현 시청 환경보호과장), 선친 묘소가 그곳에 있는 시의원 등에게 25일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시장에겐 "급하지도 않은 공사에 예산을 배정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천북면장에게는 "그 공사의 배경, 개인적으로 지불한 합의금의 출처를 밝히라", 관련 시의원에게는 "다른 시의원이 음해하려고 그랬다는 주장의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이 도로를 선심성·특혜성 예산 집행의 모델로 지목해 전국 경실련 및 각종 시민단체들의 견학 장소로 선정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또다른 문제=이 문제는 이제 진실 규명이 불가피한 단계로 접어들 참이지만, 시장 재량사업비라는 또다른 문제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시장이 독자적판단에 따라 임의로 쓸 수 있는 이 몫이 자치 이후 매년 커지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것. 그 배후에는 표 끌어 모으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의혹이 도사리고 있다.
경주시 경우, 1995년 이전에는 그 규모가 읍면별로 연간 5억∼6억원 정도였지만 민선 이후 10억원 혹은 최고 15억원까지로 늘어 났다. 더욱이 내년선거를 앞둔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8억원으로까지 액수가 늘었다.재량 사업비 확대에는 시의원들도 별로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들도 얻어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얼른 보면 작을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불신 속으로 몰아 넣어 온 문제에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는 결코 작을 수 없는 이슈로 판단되고 있다. 그래서 경주시민들은 앞으로의 사태 전개를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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