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뚝뚝한 카리스마, 역시 코끼리

질기디 질긴 인연이다. 해태와의 「정」을 하루빨리 떼고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던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해태의 고별전 상대로 맞닥뜨리는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20년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해태 타이거즈의 고별전이었지만 이날 기자단의 관심은 온통 김감독에게 쏠렸다. 김감독은 해태의「산역사」였기 때문.

남다른 감회를 말해달라는 기자단의 인터뷰 요청을 완강히 거부하던 김감독은 거듭되는 취재진의 설득에 마이크를 잡았다.

김감독은 『삼성에 몸담은 사람이 해태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팀에 누가 되는 일이다. 해태와의 정은 다 떨어졌다』는 한마디를 퉁명스럽게 내뱉엇다.

기자들이 『고별전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해태 김성한 감독의 말을 전하자 김응룡 감독은 『경기를지켜보면 알 것이다』고 대꾸했다.

역시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김감독은 28일 경기에서 2회 이승엽에게 보내기번트를 시켜가면서까지 승리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고 29일 경기에서도 투수들이 위기를 만날때마다 즉각적인 교체로 총력전을 펼쳐 승리를 거머쥐었다.

고별전이 끝난 후 광주의 만원관중은 모두 기립해서 김응룡 감독을 애타게 연호했으다, 그러나 김감독은 끝내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감독은 『해태는 가지만 광주의 타이거즈는 그대로 있는 것 아니냐. 기아 타이거즈가 프로야구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무덤덤한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해태와의 정을 하루 빨리 떼고 싶다던 김감독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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