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짜증 더하는 행락질서

연일 맹위를 떨치는 폭염속에 피서지마다 인파가 몰리면서 행락질서 '영점'의 꼴불견이 재현돼 한여름속 짜증을 더하고 있다.

본격적인 피서철에 들어간 지난 주말 대구 경북의 하천과 산간, 바다, 각종 유원지에는 가는 곳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산천이 쓰레기장으로 변했으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갖가지 무질서가 행락분위기를 잡치게 했다.

29일 오후 4시 청도군 운문댐 아래 둔치. 가족단위로 놀러온 피서객들은 '취사엄금' 푯말 옆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굽고 남은 고기 찌꺼기, 과일 껍질이 뒹굴었으며, 물가에는 음료수 페트병과 기름때가 밀려나와 있었다. 불을 지핀 자리마다 시커멓게 그을린 돌무더기와 음식물쓰레기 봉지가 널려져있었다. 다리 아래에는 거의 벌거벗고 잠을 자는 피서객들로 어지러웠으며 수영금지 지역에는 아이들이 튜브와 보트를 타고 놀았다.

이곳 119 인명구조대원은 "너도 나도 취사를 하고 자기집 쓰레기까지 가져와 버리는 사람도 있다"며 "둔치 관리자의 말도 못들은 척 한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같은 날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계곡 일대. 인근 주차장을 두고도 계곡과 가까운 2차로 비좁은 도로에 50여대의 차량이 이중으로 주차, 통행 차량들과 삿대질을 하고 시끄러운 경적소리로 시장바닥 같았다.

40대 남녀 30여명이 떠들썩하게 노래자랑을 벌이고 있는 계곡 주위엔 깨진 맥주병, 막걸리 통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 식당주인들은 "한여름 들어 하루종일 쓰레기를 치우는 게 일과"라고 불평했다.

이날 팔공산 수태골 계곡도 다르지 않았다. '상수도 보호구역'의 계곡과 바위 틈새에는 과일껍질, 종이컵, 라면봉지, 담배꽁초, 음료수병 등이 떠다녔다. 수태골에서 동화사에 이르는 500여m의 인도 위에서는 가로수 아래마다 자리를 펴고 취사를 했으며, 동화사 입구 동화교 아래 계곡은 고기냄새가 진동했다. 계곡물에서 설거지를 하는가 하면 아기 기저귀가 떠다니기도 했다. 100여m 아래에 쓰레기장이 있지만 인도 위에 음식 쓰레기더미가 수북이 쌓여 계곡 출입을 어렵게 할 정도였다.

공익요원 구모(21)씨는 "하루에 단속하는 가스버너만 100여개에 이른다"며 "몰래 고기를 굽는 행락객들과 하루에만 수십차례 실랑이를 벌이지만 대부분 우습게 안다. 자발적인 행락질서가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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