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세계적 기업, 여전히 한국을 외면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급속한 세계화의 조류에 휩쓸리고 있다. 국경없는 무한 경쟁을 내세운 세계화는 이미 지구촌의 제1 목표임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우리의 세계화 전략이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과연 한국이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최근 세계 100대 상위기업 중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부 소재지를 조사한 결과 서울에는 포드자동차 단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홍콩 24곳, 싱가포르 20곳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이며 중국(2곳) 호주(2곳)보다 뒤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세계화 지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포드자동차도 부품서비스 부문 본부만 서울에 두고 핵심부문인 판매 및 마케팅 사업본부는 방콕에 두고 있다니 우리의 세계화는 그야말로 골목대장 수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해외직접투자가 한국을 외면한지는 오래됐다. 한국을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각종 규제, 불합리한 거래 관행, 공직사회의 간섭이 심각한 나라로 인식돼 있다. 게다가 최근 과격한 노동운동은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돌려놓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마저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화는 규제철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규제철폐는 가장 강력한 투자유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즈니스 관행들이 왜 한국에서 속출하고 있는지 정부와 경제계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 세계경제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 IT(정보통신) 산업의 침체로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중국경제의 급부상은 우리 경제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국이 세계화 대열에서 뒤처진다면 그야말로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화는 경제적인 요인 보다 정치적·사회적인 안정성과 투명성이 더욱 결정적인 요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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