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대구)~와촌(경산)~청통(영천)~기계~연일~포항으로 연결되는 대구~포항 고속도로(68.4km) 건설 공사가 자금 부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1997년에 착공, 1조8천26억원을 들여 2002년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2004년으로 미뤄졌다가, 이제는 2006년까지도 완공되기 힘들리라는 것이 현장 사람들의 전망이다.
◇어떻게 지연되고 있나=현장 상황은 역시 현장 사람들이 가장 생생하게 체감할 터. 영천 구간 시공업체 관계자들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분으로 책정된 공사비 만큼의 공사는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모두 종료될 상황이다. 금명간 올해분 공사를 모두 끝낼 와촌~화산(영천) 공구 시공사인 LG건설 오태승(53) 현장소장은 "일년이 반이나 남았는데 공사를 중단해야 하니 인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토공, 철근 콘크리트, 상하수도, 포장 등 분야의 협력업체들도 200여명의 현장 근로자와 장비를 대부분 철수할 움직임이라는 것. 작년에는 10월에 추가 자금 1천억원이 긴급 지원돼 연말까지 공사를 계속했지만 올해는 그마저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는 공사비 배정 부실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이다. LG건설의 목성교 가설 공사가 단적인 예. 1998년 10월 착공된 이 공사는 공사비만 제대로 지급됐더라면 이미 일년 반만에 완공돼 있어야 하는 것이나, 2년 반이나 지낸 지금까지 공정은 30~40%에 그친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지역의 전망=경북도청은 2004년 준공하려면 올해 5천억원쯤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기획예산처는 1천900억원만 배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총공사비의 18%인 3천268억원 밖에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수정 계획대로나마 2004년 완공되려면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4천286억원(남은 총금액은 1조2천858억원)이 들어가야 하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도 "2004년 준공은 힘들 것"이라며, "건교부에서도 준공 시기를 1~2년 늦춰 잡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공사비 조달 상황을 더 생생하게 체감할 영천 구간의 현장 종사자들도 "지금처럼 예산이 내려온다면 2006년 준공마저 불확실하다"고 했다.
현장 공사 관계자들은 "본래 계획대로 자금이 배정돼 왔더라면 지금쯤 전체 공정률이 85%나 돼야 하지만 공사비 배정이 찔끔거리다 보니 아직도 33%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내년도분 공사를 앞당겨 시공하려 해도 공사비 지급을 장담할 수 없으니 그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
다만 정장식 포항시장만은 "올해 중에 서해안 및 중앙 고속도가 준공되는 등 굵직한 국책사업들이 많이 마무리 돼 내년부터는 예산이 집중 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간별 상황=경산 구간(9.1km)은 와촌면 음양.강학.신한.박사리 일대로, 1998년 10월에 착공됐으나 아직 공정은 25%에 그치고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최양호씨는 "자금 배정이 안되니 우리도 2005년 말은 돼야 완공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산 구간은 대부분 갓바위 남쪽 산을 가로 지르느라 팔공산.무학산 중턱 곳곳이 잘린 채 벌건 살을 장기간 드러내고 있다. 이곳 출신인 박기철 경산 시의원은 "자연 경관 훼손 상태마저 장기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연초에는 음양.박사리 일대에서 땅 매입비가 낮고 마을 주변 보호 시설 계획이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토지 매입률은 99% 이상.
영천 구간(32.4km)은 4개 공구로 나뉘어져 LG.쌍용.선경건설 등에서 시공 중이다. 올해 배정된 총 공사비는 불과 715억원. 포항 구간(19.4km)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의 연결 고속도=이 고속도로에 거는 포항의 기대는 특히 각별하다. 본 노선은 포항시내로 연결돼 끝나지만, 기계 구간에서 갈라져 영일만 신항으로 들어 가는 또다른 기계~신항만 사이 고속도(23.9km)가 별도로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4차로로 예정된 이 별도 고속도의 추산 공사비는 5천여억원이다. 아직은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나, 도로공사는 3개 공구로 나눠 중간의 2공구 실시설계까지 마쳤다. 1, 3공구는 설계.시공을 함께하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될 예정이다. 그러나 영일만 신항 자체의 개발이 처음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어, 이 도로 발주도 자꾸 늦춰지고 있다. 아직은 발주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
◇지역의 기대=대구∼포항 고속도가 완공되면 그 사이 운행상 거리가 1시간30분에서 40분대로까지 줄어 든다. 물류비 절감, 동해안 관광 활성화 등의 부대 효과는 물론이고, 복잡한 기존 국도의 교통량 분산 기대도 작잖다.
포항시청 이상기 건설도시국장은 "이 고속도로가 준공되면 포항은 바다로 향하는 대구.경북의 명실상부한 관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지역 경제 진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구미 등으로서도 수출물량을 새로 만들어지는 포항 신항으로 실어 나름으로써 수출비용 절약 기대도 만만찮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경산.이창희기자 Ich888@imaeil.com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